中 톈진서 최고위급 인사 회동
‘중한석화’ 성공 인연 리훙중 당서기 “수도권 대단위 개발 참여해달라”
中과 바이오의학 협력 가능성 커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중국에 다녀왔다. 4월 출국금지 조치가 풀린 후 두 번째다.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했던 최 회장의 끈기가 어떤 결실을 낳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7일 중국 톈진(天津)시 영빈관에서 리훙중(李鴻忠) 당서기와 왕둥펑(王東峰) 시장 등 톈진시 최고위급 인사 10여 명을 만났다. 5월 24일 상하이(上海)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지 한 달 보름 만이다.
최 회장과 리 당서기는 2013년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SINOPEC·중국석유화공)의 대규모 석유화학 합작사업 ‘중한석화’를 성공시킨 인연이 있다. 최 회장이 2006년부터 공을 들인 중한석화 사업은 SK그룹의 첫 번째 대형 중국 프로젝트였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있는 중한석화의 에틸렌공장은 매년 3000억∼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중이 협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리 당서기는 합작 당시 후베이성 당서기로 재임 중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SK가 또 하나의 중국 합작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톈진을 비롯한 중국 주요 메갈로폴리스(초거대도시)에서는 기존 제조업, 금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미래 분야로 전환시키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최 회장이 만난 리 당서기는 중국 내 핵심 권력집단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9명) 후보로 거론된다. 왕 시장은 그 바로 아래 급인 중앙정치국 위원에 오를 것이 유력한 인물이다.
최 회장은 리 당서기와 2시간 반 동안 만찬을 나누며 석유화학, 정보통신 및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의학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리 당서기가 후베이성 당서기로 있을 때 SK와 맺은 우호적 협력관계가 이곳 톈진에서도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가졌다.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리 당서기는 “톈진은 물류에서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가 지원해 달라”고 화답했다. 리 당서기는 또 베이징(北京), 톈진, 허베이(河北) 등 중국 주요 수도권 도시를 대단위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에 SK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과 리 당서기가 논의한 미래분야 중에는 바이오의학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관계자는 “만약 중국에서 바이오의학 분야 협력사업이 이뤄진다면 SK바이오팜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분야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뇌전증(간질) 신약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지난달 입사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과 뇌과학을 전공한 최 씨는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의 선임매니저로 입사했다. 입사 소식이 알려진 후 재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SK바이오팜은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가 아닌 신생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 씨의 업무는 SK바이오팜의 미래 성장전략을 짜고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 및 성과를 관리하는 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이 중국과 바이오의학 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 씨가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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