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제2 中프로젝트’… 화학-반도체-바이오 협력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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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톈진서 최고위급 인사 회동
‘중한석화’ 성공 인연 리훙중 당서기 “수도권 대단위 개발 참여해달라”
中과 바이오의학 협력 가능성 커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7일 오전 열린 텐진포럼 2017에서 개막식 축사를 하는 모습. SK그룹 제공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7일 오전 열린 텐진포럼 2017에서 개막식 축사를 하는 모습.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중국에 다녀왔다. 4월 출국금지 조치가 풀린 후 두 번째다.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했던 최 회장의 끈기가 어떤 결실을 낳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7일 중국 톈진(天津)시 영빈관에서 리훙중(李鴻忠) 당서기와 왕둥펑(王東峰) 시장 등 톈진시 최고위급 인사 10여 명을 만났다. 5월 24일 상하이(上海)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지 한 달 보름 만이다.

최 회장과 리 당서기는 2013년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SINOPEC·중국석유화공)의 대규모 석유화학 합작사업 ‘중한석화’를 성공시킨 인연이 있다. 최 회장이 2006년부터 공을 들인 중한석화 사업은 SK그룹의 첫 번째 대형 중국 프로젝트였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있는 중한석화의 에틸렌공장은 매년 3000억∼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중이 협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리 당서기는 합작 당시 후베이성 당서기로 재임 중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SK가 또 하나의 중국 합작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톈진을 비롯한 중국 주요 메갈로폴리스(초거대도시)에서는 기존 제조업, 금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미래 분야로 전환시키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최 회장이 만난 리 당서기는 중국 내 핵심 권력집단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9명) 후보로 거론된다. 왕 시장은 그 바로 아래 급인 중앙정치국 위원에 오를 것이 유력한 인물이다.

최 회장은 리 당서기와 2시간 반 동안 만찬을 나누며 석유화학, 정보통신 및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의학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리 당서기가 후베이성 당서기로 있을 때 SK와 맺은 우호적 협력관계가 이곳 톈진에서도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가졌다.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리 당서기는 “톈진은 물류에서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가 지원해 달라”고 화답했다. 리 당서기는 또 베이징(北京), 톈진, 허베이(河北) 등 중국 주요 수도권 도시를 대단위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에 SK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과 리 당서기가 논의한 미래분야 중에는 바이오의학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관계자는 “만약 중국에서 바이오의학 분야 협력사업이 이뤄진다면 SK바이오팜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분야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뇌전증(간질) 신약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지난달 입사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과 뇌과학을 전공한 최 씨는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의 선임매니저로 입사했다. 입사 소식이 알려진 후 재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SK바이오팜은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가 아닌 신생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 씨의 업무는 SK바이오팜의 미래 성장전략을 짜고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 및 성과를 관리하는 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이 중국과 바이오의학 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 씨가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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