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0조 투자의 힘… 반도체 슈퍼사이클 타고 ‘슈퍼 삼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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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14조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4∼6월)에 벌어들인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 14조 원은 3분의 2가량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DS) 부문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에서만 9조 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지난 분기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 가까운 액수를 DS 사업만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전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010년 초반부터 버는 족족 투자해 온 결과가 최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D램 업계 ‘치킨게임’이 끝난 2012년 전후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매년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13년 18조1100억 원이던 부품 관련 시설투자 액수는 2015년 19조45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겼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을 겪은 해에도 전체 시설 투자는 조금 줄이더라도 부품 사업에 대한 투자액만은 꾸준히 늘려왔다”고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V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최초의 10나노 공정 기술을 앞세워 미국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AP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따냈다. 당분간은 반도체 업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하반기(7∼12월)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마냥 ‘잔칫집’ 분위기로 있을 상황은 아니다. 우선 3년 후를 기점으로 반도체 업계 수요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4715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2021년 4598억 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경쟁사들도 계속 증산에 나서고 있어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엄살떠는 게 결코 아니다. 2013년 이후 경험했던 ‘L자형’ 침체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앞으로 5년 뒤 회사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술 투자가 당장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 ‘갤럭시S4’의 대성공에 힘입어 10조1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들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대 시대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이듬해 1월 곧바로 ‘삼성전자 쇼크’로 불린 위기를 맞았다.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이 주춤하고 중국산 보급형 제품이 빠르게 늘면서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6% 넘게 빠졌고 이후 2년 내내 실적은 바닥을 찍었다. 2014년 2분기 7조 원 초반대로 떨어진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그해 3분기 4조600억 원까지 떨어졌다. 1년 새 영업이익이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위기론’이 확산되자 이건희 회장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외부에 공개했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강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삼성전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도 열었다. 이 회장은 “모든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한계를 돌파하자”며 ‘마하경영’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항공모함같이 거대한 조직이라 한번 가라앉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걷잡을 수 없다”며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위기관리가 필요했던 이유”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도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품 사업 호황이 끝나면 삼성전자도 다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며 “주력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와 새로운 미래 먹거리의 발굴과 선제 투자, 그리고 이를 위한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반도체#슈퍼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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