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車시장 경량트럭이 대세… 현대차 ‘가속 페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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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무역관 2017 보고서
2010년이후 판매비중 세단 넘어서… 닛산-혼다 등 日업체 점유율 급증
현대 첫 소형 SUV ‘코나’ 출시, 내년엔 제네시스 SUV 출격 예정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의 수요가 커지면서 일본 2위권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승용차 선호가 줄면서 도요타 등 전통적인 세단 강자의 입지는 축소된 반면 SUV와 픽업트럭에 집중한 닛산, 혼다, 스바루 등은 점유율을 늘렸다. 일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삼는 한국 업체도 이러한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향후 전략을 수립 중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여겨지는 디트로이트의 KOTRA 무역관은 5일 ‘2017년 미국 자동차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가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 추세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경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과 경량트럭의 판매 비중은 50% 대 50%였다. 미국에서는 SUV와 픽업트럭을 합쳐 경량트럭 시장으로 분류한다. 짐을 싣고 이동하는 데 특화된 픽업트럭은 유독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2010년 이후 경량트럭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판매 비중은 60%로 커졌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경량트럭의 판매는 전년보다 7.3% 증가했지만 세단은 8.1% 감소했다.

늘어나는 경량트럭 시장을 파고든 대표적 업체는 일본의 닛산이다. 닛산은 픽업트럭 ‘프런티어’와 SUV ‘로그’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보다 5.4% 늘었다. 미국 시장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시장 점유율은 2015년 8.5%에서 2016년 8.9%로 0.4%포인트 증가했다. 닛산에 이어 0.2%포인트씩 점유율을 늘린 혼다와 스바루도 SUV 판매 증가에 힘입어 성장했다. 혼다는 미국 SUV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소형 SUV 부문에서 ‘CR-V’ ‘HR-V’ 등을 내세워 공략했다. 스바루는 눈길 주행에 유리한 4륜 구동 SUV ‘아웃백’과 ‘포레스터’ ‘크로스트랙’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들과 달리 도요타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2.0%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14.3%에서 14.0%로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캠리의 판매 부진이 결정타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8.1%로 2015년 7.9%보다 0.2%포인트 늘었다. 현대차의 경우 준중형차 시장에서만큼은 최상위권의 성능으로 평가받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중형 SUV 싼타페가 성장을 이끌었다. 원동호 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 조사담당자는 “한국 업체들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세단 부문보다는 경량트럭 역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단 소형 SUV 코나 출시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의 SUV 선택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SUV를 내놓아 프리미엄 SUV 시장도 공략한다. 다만 픽업트럭 개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만 특화된 차종인 픽업트럭을 개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자국 기업의 보호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소득세 공제 계획은 자동차 30만 대 이상의 판매 증진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보호무역주의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강화되면 노동력 부족 사태를 야기하고 이는 생산량 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미국 자동차#경량트럭#자동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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