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특별 기고]4차 산업혁명 시대, 행복한 일터 만들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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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홍욱 관세청장
천홍욱 관세청장
“와아!”

매주 수요일 퇴근시간이 임박하면 관세청 사무실에는 환호 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해부터 관세청이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한 뒤 문화상품권과 가족 식사권을 받아 갈 직원을 추첨한 결과를 방송하기 때문이다. 이날만은 초과근무를 신청해도 ‘가정의 날이니 초과근무를 신청할 수 없다’는 문구가 시스템에 뜬다. 업무량이 많기로 유명한 관세청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가정친화 대책 중 하나다.

관세청은 2015년부터 ‘일하기 좋은 일터(GWP·Great Work Place)’ 조직문화 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직업만족도에서 관세공무원이 상위 100위 중 1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3차원(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관세청은 미래의 업무 변화를 예상하고 관세 행정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2020 관세행정 미래 발전전략’이 대표적으로, 이 전략은 인력관리 전략 비중이 높다. 앞으로 단순 반복 업무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에 지식노동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직원들의 정서적 만족도나 안정감이 훨씬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공직사회에서 일·가정 균형을 통한 생산성 제고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고민의 역사는 짧지 않다. 유연근무제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비하고, 공무원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이 많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가정 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가(家) 양득 근무혁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직원들이 개인의 여건에 맞춰 업무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자녀를 둔 직원들이 자녀의 연령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육아형, 양육형 패키지 근무모델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요양형, 자기개발형, 퇴직준비형 등의 패키지 근무모델도 마련해 직원들이 5가지 모델 중 하나를 각자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부서별 집단 유연근무제 도입, 금요일 오후 4시 퇴근 문화 정착 등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휴가 사유를 표기하는 칸을 아예 없애 직원들이 자유롭게 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가저축제를 활용해 장기 재직자의 안식 휴가도 보장할 예정이다. 나아가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확산하기 위해 1개월짜리 휴직제인 ‘아빠의 달’을 시행하기로 했다. ‘초과근무 총량제’를 전국 세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초과근무를 없애 초과근무를 최소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무체계 혁신을 지원하는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근무체계 혁신제도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세관별 가족친화담당관을 통한 제도 코칭으로 전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했다. 간부 직원들의 유연근무제, 연가 사용 등을 의무화해 관리자급부터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현재는 본청과 부산세관만 보유하고 있는 ‘가족친화인증’이 전국 세관으로 확산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관세행정의 생산성과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상당히 중요하다. 구성원 간 공감과 소통, 배려가 확산될 때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관세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천홍욱 관세청장
#4차 산업혁명#행복#일터#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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