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기록 타이’ 김태균, 이치로보다 대단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15일 05시 30분


‘김기록’,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 한화 김태균이 14일 잠실 LG전 2회초 무사 1루에서 특유의 교과서적인 무결점 타격 폼으로 안타를 때리고 있다. 69연속경기 출루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으로 스즈키 이치로가 1994년 일본프로야구에서 달성했던 아시아 연속 출루 기록과 타이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기록’,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 한화 김태균이 14일 잠실 LG전 2회초 무사 1루에서 특유의 교과서적인 무결점 타격 폼으로 안타를 때리고 있다. 69연속경기 출루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으로 스즈키 이치로가 1994년 일본프로야구에서 달성했던 아시아 연속 출루 기록과 타이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태균(35·한화)이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현 메이저리그 마이애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태균은 14일 잠실 LG전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2회 무사 1루서 상대선발 임찬규의 4구째를 통타해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7일 대전 NC전에서 시작한 연속 출루 기록 행진을 ‘69경기’로 늘렸다. 이는 이치로가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시절 1994년 5월 21일부터 8월 26일까지 달성한 아시아 연속 출루 기록과 타이다.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암스가 1949년 세운 연속 출루 기록(84경기)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무려 23년간 깨지지 않았던 아시아 기록을 김태균이 따라잡았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 1루 한화 김태균이 중전 안타를 치고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 있다. 이 안타로 69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 1루 한화 김태균이 중전 안타를 치고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 있다. 이 안타로 69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수원 kt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하면서 펠릭스 호세(롯데·63경기)를 밀어내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다음날에도 첫 타석에서 내야안타로 기록을 65경기로 늘렸지만, 1루를 밟는 과정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곧바로 교체됐다. 일주일 동안 팀과 동행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재검진 결과 우측 허벅지 근육손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30일 1군에서 제외돼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경기에 투입됐다. 11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출장해 앞선 3타석 출루에 실패했지만 1-0으로 뒤진 8회 1사 1·2루서 볼넷을 골라내면서 기록을 이어갔다.

김태균의 기록이 놀라운 것은 이치로와의 차이점 때문이다. 이치로는 일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왼손 교타자다. 주로 리드오프나 상위타순에 배치됐고, 주어진 타석도 많았다. 이뿐만 아니다. 땅볼 타구도 내야안타로 만들 수 있는 빠른 발이 있었다. 그러나 김태균은 우타거포다. 주로 4번타순이 그의 자리였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출루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일례로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는 3년 연속 출루율 1위를 차지했고, 지난 시즌에도 193안타에 볼넷을 108개나 골라내며 출루율(0.475) 1위에 올랐다.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핸디캡을 안고 있는 김태균이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빼어난 선구안이 한몫했다. 일단 나쁜 공에는 손을 대지 않는 좋은 눈이 있다. 자신만의 타격존에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방망이를 내지 않는다. 강한 하체와 빠른 몸통 회전으로 장타를 쳐내지만, 두 발을 타석에 붙이고 치는 노스텝 타격을 하기 때문에 정교한 타격이 가능하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볼넷을 골라서라도 어떻게든 출루하려는 마음도 기록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김태균의 기록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연 그가 이치로를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을지 16일 고척 한화-넥센전에 이목이 쏠린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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