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본사… 치킨집만 피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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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업계 ‘톱(Top) 3’ 기업들이 일제히 지난해 매출 호조를 기록했는데도 치킨 가맹점들의 경영난은 줄지 않고 있다. 가맹 비용 부담에 더해 인근 점포들과 밥그릇 싸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치킨업계 ‘톱(Top) 3’ 기업들이 일제히 지난해 매출 호조를 기록했는데도 치킨 가맹점들의 경영난은 줄지 않고 있다. 가맹 비용 부담에 더해 인근 점포들과 밥그릇 싸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문제는 닭값이 아니라 본사가 뜯어가는 부수적인 비용들이에요. 전단, 브로마이드 이런 것까지 다 본사에서 파니까요.”

서울 광진구에서 유명 치킨 브랜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 부부는 본사에서 신제품을 낸다고 하면 걱정부터 든다. 점포 안에 붙일 새 브로마이드와 전단 바꾸는 비용이 월 30만 원이 넘게 들기 때문이다.

임차료 200만 원에 거리별로 건당 2500∼4500원인 배달대행료, 카드 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겨우 점포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A 씨는 “원래 가맹점끼리 거리 제한도 있었는데 우리 점포가 문을 열고 1년 만에 본사에서 바로 근처에 가맹점을 또 내줬다”고 말했다.

다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치킨게임’에 몰리며 존폐가 엇갈리는 가운데 대표 치킨 업체들은 일제히 매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업계 1∼3위인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와 제너시스비비큐(BBQ), BHC 모두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 2911억 원을 기록해 전년(2575억 원) 대비 13% 성장했다. BBQ도 2197억 원을 기록해 전년(2158억 원) 대비 2% 늘었다. BHC는 지난해 2326억 원으로 전년(1840억 원) 대비 26%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3사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매출의 대부분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소스, 치킨 무와 탄산음료 등의 매출과 가맹 수수료, 광고 및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잡힌다. 치킨 판매 가격 자체가 본사 매출로 잡히는 직영점 매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BBQ 관계자는 “현재 매장 1400여 곳 중에 직영점은 25곳 정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 치킨 가맹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각 업체가 사업설명회를 통한 가맹점 수 확대와 가맹 비용 늘리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출 기준 업계 5대 치킨 브랜드(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네네치킨) 업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치킨집 140여 곳이 문을 닫은 반면 532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점포 수 대비 개점률은 BHC, BBQ, 굽네치킨 순으로 높았다.

이에 개별 치킨 가맹점들은 다른 브랜드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 점포와도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폐점 점포들은 가맹 비용 부담에 매출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태된 셈이다. 지난달 BBQ는 가맹점 부담을 덜기 위해 치킨 가격을 올리려다 소비자 반발과 정부 압박에 부딪혀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생태계 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단기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두면 오래가기 어렵다. 가맹점들이 살아야 오래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같은 구역 내 과도한 점포 경쟁 등은 나서서 관리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박은서 기자
#치킨집#본사#가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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