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中, 경제 둔화될수록 민족주의 성향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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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반발이 거셀 줄은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중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위해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상대국의 민간 기업들에 타격을 주면서 민족주의적 대중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규정된 중국의 정체성 중 ‘시장경제’보다는 ‘중국’과 ‘사회주의’에 더 방점이 찍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민족주의를 동원해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은 중국의 민족주의 부상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중국의 민족주의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의 앨러스터 존스턴 교수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베이징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중국에서의 민족주의 정서 강화 현상은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존스턴 교수가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민족주의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문항들이 포함돼 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중국 국민이고 싶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국이 더 나은 나라다’ ‘정부가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은 정부를 지지해야만 한다’ 등이다. 강하게 동의를 표할수록 민족주의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후 이들 문항에 동의하는 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기는 하지만 분석 기간 전반을 살펴보면 민족주의 강화의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민족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민족주의 감수성이 오히려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존스턴 교수는 중국은 경제 상황 전반이 악화되고 있는 현시점부터 오히려 민족주의가 부추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 정부와 국민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 생존전략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경제 둔화#민족주의#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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