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한국 기업]생면-건면에 이어 ‘굵은 면발’까지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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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창업한 농심의 제면 노하우는 반세기 넘는 시간과 기술력의 집합체다. 일반 유탕면부터 생면, 건면, 최근 쫄깃한 식감의 굵은 면발까지 이어진 농심의 제면 기술은 국내 라면업계의 연구개발(R&D) 과정을 대표하고 있다.

농심의 제면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한 시점은 1982년 컵라면인 ‘육개장 사발면’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컵라면은 봉지 면과 달리 뜨거운 물로 3∼4분 내에 면발이 살아나야 하지만 당시 국내 업계엔 이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었다. 농심은 해외 논문과 관련 문헌 서적을 연구한 끝에 면발 복원의 열쇠가 특수 전분에 있음을 알아냈다. 반복적인 실험 끝에 최적의 혼합 비율을 찾아냈다.

1982년 나온 ‘너구리’ 역시 기존 라면과는 형태나 맛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로는 굵은 2.1mm 면발을 만족스럽게 성형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완성된 후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난제에 부닥쳤다. 끓는 물에서 4∼5분 내에 먹기 알맞은 상태가 돼야 상품성이 있는데 너구리 면은 10분이 넘게 끓여도 잘 익지 않았다. 막상 익은 후에는 너무 풀어져서 면발에 힘이 없었다. 내부에서 포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농심 연구원들은 지난한 노력 끝에 너구리를 출시했고 시장에서 성공시켰다.

국내 라면 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자체 제면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들을 성공시켜 왔다. 농심 제공
국내 라면 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자체 제면 기술을 개발해 신제
품들을 성공시켜 왔다. 농심 제공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의 면발 역시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특성에 맞는 쫄깃함, 매끄러움, 탄력을 고루 갖춘 면발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전용분 개념을 도입했다. 전용분은 신라면 맛에 딱 맞도록 강력분, 중력분 등 각 특성에 맞는 밀가루를 최상의 비율로 배합해 특화시키는 것이다. 당시 국내 라면회사들은 한 가지 품종의 밀가루로 면발을 제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농심은 신라면 출시를 계기로 각 라면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전용분을 만들게 됐다.

최근 시장을 이끌었던 ‘굵은 면발’ 라면 트렌드에서도 농심은 앞서가고 있다. 2015년 나온 ‘짜왕’은 농심 최초로 면에 다시마를 넣어 생면에 가까운 식감을 구현한 굵은 면 제품이다. 다시마는 천연 조미료로 많이 쓰이는 물질로, 다시마가 가진 지미 성분이 라면의 감칠맛을 한층 높여준다. 다시마의 알긴산 성분은 면의 탄성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같은 해 나온 ‘맛짬뽕’은 국내 최초로 3mm 두께의 굴곡면이 적용됐다. 면발에 세로로 길게 홈이 파여 있어 면발 사이사이에 국물이 흐르는 길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농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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