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3월까지 7000억 ‘원샷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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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박해양 “1분기내 작업 완료”… 현대상선 배 10척 안팎 시장價 매입
차액 유상증자 등 통해 자본 확충


“한진해운도 파산하는데 현대상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겠나. 현대상선이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검증된 자료와 공신력 있는 신용등급 자료를 달라.”

지난달 현대상선은 미국 제조업체 A사와 올해 운송계약 협상을 하면서 이런 요구를 받았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A사도 다른 해외업체들처럼 “한국 정부의 해운업 육성 의지를 믿지 못하겠다”며 계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달 9일 신용등급이 D등급에서 BB등급으로 상향된 자료와 대주주 KDB산업은행의 지원 약속을 정리한 자료를 A사에 부랴부랴 보내 급한 불을 껐다.

한국 해운업의 무너진 해외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현대상선에 자본 확충 지원을 1분기(1∼3월)에 완료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약 70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하고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현대상선이 사업 재건의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당국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선박해양은 다음 달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10척 안팎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에 약 7000억 원의 자본 확충을 완료한다. 한국선박해양은 산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출자한 선박은행이다.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약 10척의 선박을 시장가격(총 1300억∼1500억 원)에 매입한 뒤 장부가(8000억∼8500억 원)와의 차액(약 7000억 원)에 대해서는 영구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자본 확충을 먼저 하고 나중에 선박을 매입하는 ‘선(先) 지원, 후(後) 매입’ 방식으로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대상선의 자본 확충에 속도가 붙은 건 계약 시즌에 화주들과의 1년 치 운송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다. 현대상선은 2∼4월 미주 화주들과 운송계약을 맺는다. 현대상선 전체 매출에서 미주 노선 비중이 절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일감이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능한 지원을 3월까지 마무리해 정부의 해운업 육성 의지를 숫자로 증명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대두되며 화주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의 지원을 통해 금융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이 배를 매각할 때 선박 건조 과정에서 빌린 선박금융을 함께 묶어 팔아 향후 발생할 이자 등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매각 후엔 이 선박을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임차)’ 방식으로 계속 사용한다.

현대상선은 당분간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 강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최근 해운업계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는 653(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현대상선은 이에 선박을 지을 때 배 가격의 10%만 해운사가 부담하면 되는 ‘선박신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하반기(7∼12월)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5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 터미널이나 항만시설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글로벌 해양펀드’를 통해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단단한 몸집을 만든 뒤 2018년 하반기(7∼12월)부터는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상선#원샷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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