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거리로… 은행원들 ‘앱팔이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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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고객 유치 압박에 시달려… 분야도 대출서 앱-멤버십으로 확대
살벌한 구조조정에 속으로만 ‘끙끙’ “미래 불투명” 30대까지 희망퇴직

 A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일하는 이모 차장(42)은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지인들에게 안부인사가 담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보낸다. 설 명절도 있었지만 은행에서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가입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추천직원 번호에는 꼭 자신의 사번을 입력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는다. 얼마 전 4000명을 유치한 동료 직원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입 독려 압박은 더 심해졌다. 이 차장은 “연락한 지 10년도 넘은 대학 선배에게 카톡을 보냈다”며 “민망했지만 요즘 사내 분위기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연초부터 각종 실적을 채워야 하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은행원이 적지 않다. 과거 월말이나 연말에 한정돼 벌어졌던 고객 유치 압박이 이제는 1년 365일로 확대된 분위기다. 분야도 대출, 예금 등에 국한되지 않고 신규 개발 앱이나 멤버십 가입자 늘리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 멤버십 가입자 늘리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앱을 통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 핀테크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금융회사들의 판단이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하는 곳은 KEB하나은행 등 하나금융지주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로 이미 800만 명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은행의 ‘위비멤버스’와 KB국민은행의 ‘리브’도 지난해 말 각각 300만 명과 100만 명을 넘겼다.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B은행에 다니는 김모 대리(30)는 지난해 말 동료들과 지하철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앱 가입을 독려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 그는 “급한 마음에 전단을 쥐고 길거리로 나섰다”며 “어렵게 취업한 곳에서 왜 이러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불만도 있지만 내색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핀테크 경쟁 등으로 금융회사들의 몸집 줄이기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 임직원과 영업 점포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11만8703명이던 국내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말 11만5516명으로 감소했다. 영업점포 수 역시 같은 기간 7401개에서 7135개로 줄었다.

 일부는 아예 일찌감치 은행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 광주은행 등에서 실시한 희망퇴직을 통해 약 4500명이 짐을 쌌다. 일부 은행은 월급 36개월 치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했는데, 차장급은 약 3억 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30대 행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한 은행의 한 과장급 행원은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은행이 지금은 미래가 불투명한 곳이 돼 버렸다”며 “조금이라도 일찍 고액의 퇴직금을 받고 나가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은행#앱#전단#영업#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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