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설 대목’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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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前 마지막 명절 르포
판매점들 단속 의식 ‘꼼수’영업 줄고 보조금 추가도 없어 손님들 한산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내 이동통신매장의 모습. 명절 연휴는 보통 휴대전화 판매업계의 대목으로 불리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내 이동통신매장의 모습. 명절 연휴는 보통 휴대전화 판매업계의 대목으로 불리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설 연휴는 이동통신업계에서도 ‘대목’으로 불린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아니지만 부모님에게 새 휴대전화를 선물하거나 세뱃돈을 쥐고 매장으로 나오는 청소년도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는 휴대전화 판매업계의 기대를 한참 빗나갔다.

 2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곳은 휴대전화 판매업계에서는 암암리에 불법 보조금 지급이 횡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전 마지막 명절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한 온갖 ‘꼼수’가 판을 치고 있었다. 3년 한시법으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9월 말에 폐지될 예정이다.

 판매대 앞에는 ‘가격언급 절대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폰파라치(휴대폰과 파파라치의 합성어) 경고’라는 공지도 눈에 띄었다. 가격 안내는 육성 대신 계산기에 두드린 숫자로 대신했다. 단속반원들이 대화 내용을 녹음해 증거로 쓰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계산기에도 아예 ‘눈으로만 보시고 말하지 마세요’라는 메모를 써 붙여 두었다. 한 판매점에서는 “명함이 없으면 개통이 힘들다”며 신분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없다는 데 있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설 연휴 기간에 보조금이 추가로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뽐뿌’ 등 온라인 휴대전화 구매 커뮤니티에는 ‘보조금이 많지 않다’는 뜻의 은어인 ‘오늘 날씨가 안 좋네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설 연휴 기간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다 계획을 접었다는 글도 많았다.

 소모적인 ‘고객 빼앗기’보다 ‘기존 고객 지키기’에 집중하는 이통사들의 전략 선회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다른 이통사로 옮기면서 휴대전화를 바꾸는 ‘번호이동’과 통신사는 유지하면서 기기만 바꾸는 ‘기기 변경’ 고객들에게 주는 보조금 격차를 줄인 것이다. 2015년 12월∼지난해 11월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 가입자는 매월 60만 명 안팎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기기 변경 가입자 수는 월 70만 명대에서 90만∼100만 명으로 늘었다.

 이통업계는 3, 4월 LG전자 ‘G6’와 삼성전자 ‘갤럭시 S8’이 출시되면 보조금이 다시 풀리면서 ‘반짝 호황’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이통사#설#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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