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자금 유치해 시장 안착… 성공률은 절반에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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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도입 1년

 농업벤처회사 만나씨이에이(CEA)는 지난해 7월 크라우드펀딩으로 7억8500만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투자자에게서 투자를 받아 정보통신기술(ICT)과 수경재배 방식(아쿠아포닉스)을 결합한 스마트 농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건축비를 확보한 것이다. 전태병 만나CEA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장의 관심을 확인하고 브랜드 홍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1년간 18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다만 50%를 밑도는 자금 유치 성공률과 정체된 투자자 증가세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년 동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21개 회사가 180억1000만 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기술(IT) 및 모바일(34건), 문화콘텐츠(16건), 농식품(7건) 등의 순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열린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크라우드펀딩 성공이 후속 투자 유치, 해외 수출 계약 등 후광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 5개에 불과했던 중개회사가 14개로 늘면서 투자 대상이 크게 증가한 것이 긍정적이다. 중견 증권사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였다.

 다만 낮은 자금 유치 성공률은 아쉬운 부분이다. 1년간 총 261개사가 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성공률은 46.4%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성공률이 약 28%까지 떨어졌다. 금융위는 “미국의 경우 제도 도입 초기 성공률이 2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개회사들이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역량이 부족해 성공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투자 대상이 투자자에게 익숙한 영화에 편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4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억8000만 원을 조달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세전수익률도 25.2%로 집계됐다.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약 40%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고객상품센터 상무는 “영화는 익숙한 투자 대상이고, 투자 성공 여부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는 크라우드펀딩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회사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투자자 1명이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 한도(연간 200만 원), 투자 총액 한도(500만 원)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황인범 와디즈 팀장은 “한도가 늘어나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한도를 풀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1년간 누적 투자자가 7172명에 불과한 데다 현재 1인당 평균 투자금액도 133만 원에 그친다. 투자자와 투자 규모가 더 늘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안착하려면 스타트업 기업 투자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 달 1일부터 한국거래소가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의 코넥스시장 특례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거래소 측은 “아직까지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 중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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