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부처간 ‘잿밥’ 싸움에 속터지는 산하기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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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경제부
박창규·경제부
 연초부터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가 심상치 않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는 한국선박회사 초대 사장 선임을 두고 얼마 전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공기업 지정을 추진하는 기획재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금융위 사이에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부처들은 “해운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 한국선박 사장을 맡아야 한다”(해수부)거나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기재부)는 이유를 댄다. 해운산업 전반을 책임지거나 공공기관의 관리와 평가 등을 맡고 있는 주무 부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2016년을 뜨겁게 달궜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부처들의 행태는 그토록 강조하는 ‘책임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직후 ‘물류대란’이라고 불릴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해수부는 어설픈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구조조정의 책임을 금융위에 미루고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탓에 책임감을 앞세웠지만 ‘낙하산’을 내려보낼 자리를 만들기 위한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걷히지 않는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발을 빼다가 떡고물이 떨어질 것 같은 일에는 팔을 걷고 달려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이 같은 태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부처 간 신경전에 속 터지는 건 산하기관들이다. ‘옥상옥’처럼 눈치 볼 곳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은행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부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공기업으로 지정돼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게 된다고 해서 경영 상태가 더욱 건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기재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0%를 밑돌아 국내 은행 중 최저 수준이다. 과거 해양플랜트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과도하게 발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KDB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은 혁신의 기본은 정부와 산은 간 ‘수평적 협력관계’를 정립하고 정책금융 집행과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을 정도다. 지금처럼 정부 부처들이 상전 노릇만 하려 든다면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박창규·경제부 kyu@donga.com
#산하기관#힘겨루기#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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