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출-내수 트리플 감소… 자동차산업 ‘시련의 계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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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작년 車산업 실적 잠정집계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자동차 생산과 수출, 내수 판매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가 잘 팔렸던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차의 수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2016년 자동차 산업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해 연간 자동차 수출량은 262만3000대로 1년 전보다 11.8%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406억 달러(약 48조4967억 원) 규모를 수출해 전년보다 11.3% 줄었다. 이원주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고 하반기(7∼12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벌어지면서 수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의 주요 수출국으로 꼽히던 신흥국에서 판매가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11월 중동으로 수출한 차량은 총 35만4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4% 줄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수출 대수도 각각 36.5%, 19.4% 급감했다. 대부분 원유 수출국인 신흥시장이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자동차를 살 만한 구매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꾸준히 수출이 증가하던 북미 시장에서도 타격이 컸다.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 수출은 2013년 9.5%, 2014년 17.7%, 2015년 19.3% 급성장했지만 지난해(1∼11월)에는 10.7% 뒷걸음질쳤다. 직접적인 원인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 가동, 파업과 태풍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꼽힌다. 하지만 싼 가격에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로 평가받던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품질은 일본, 독일 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가격은 멕시코 등 신흥국에 갈수록 밀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편중 수출 현상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SUV 수출만 2.5% 증가한 가운데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SUV 수출 비중도 2015년 39.8%에서 지난해 45.9%로 높아졌다.

 한편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보다 7.2% 줄어든 422만9000대로 집계됐다. 연간 내수판매도 182만5000대로 전년보다 0.4% 감소했다. 상반기(1∼6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SM6, 말리부, K7, 그랜저 등 신차 출시로 국산차 판매가 늘었지만 폴크스바겐 사태로 수입차 판매가 크게 줄었고 하반기 전반적인 판매가 저조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수 상황이 좋지 않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국산차 내수판매량을 지난해(157만3000대)보다 5.9% 감소한 148만 대로 전망했다.

 수출 반등도 쉽지 않아 보인다. KAMA는 올해 자동차 수출이 전년보다 0.2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시장의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기초체력이 허약한 신흥국에서 미국 등 선진국으로 빠져나가 신흥국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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