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서 날개 편 中드론-VR… 한국은 규제에 ‘발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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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전시장 절반 이상 中업체… AR-VR는 10곳중 3, 4곳 차지
신기술 ‘퍼스트 무버’ 변신 실감
VR-AR 섹터 한국 업체는 각 1곳… 규제 막힌 첨단산업 현주소 보여줘
“5~10년 내다볼 컨트롤타워 절실”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의 드론 전시장에서 중국 기업 이항이 택시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선보였다(위쪽 사진). 가상현실(VR) 섹터와 증강현실(AR) 섹터 등에도 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이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라스베이거스=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신화 뉴시스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의 드론 전시장에서 중국 기업 이항이 택시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선보였다(위쪽 사진). 가상현실(VR) 섹터와 증강현실(AR) 섹터 등에도 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이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라스베이거스=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신화 뉴시스
 “중국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하고 있다는 게 실감나네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한 중국 광저우워커라테크놀로지 전시부스. 관람객 데이비드 페이지 씨는 드론을 움직이며 증강현실(AR) 속 동전을 모으는 ‘아이바오 게임’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CES의 드론 전시장에 부스를 차린 41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22곳이 중국 업체였다. 글로벌 드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AR 등 신기술까지 접목해 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 멀찌감치 앞서가는 중국

 중국 드론업체 이항은 높이 1m, 무게 200kg의 드론택시 ‘이항184’를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저렇게 큰 드론이 실제 날 수 있냐”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드론택시 운전은 관제센터에서 담당한다. 이항은 이 드론의 시험 비행에도 이미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교통 체증이나 환경오염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드론업체인 DJI 부스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햇빛이 비쳐도 선명함을 유지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각종 드론 신상품 및 액세서리가 눈길을 잡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DJI 전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 화제가 됐다.

 중국은 AR와 가상현실(VR)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베이징팰로앨토는 AR 기반의 스마트 글라스 ‘쿨 글라스 원’을 선보였다. 오른손 터치 몇 번만으로 손쉽게 사진 및 동영상 촬영과 재생이 가능했다. 스마트 글라스로 보이는 영상이 실제 시야를 크게 방해하지도 않았다. 베이징팰로앨토 관계자는 “배터리의 한계 등을 극복하면 2년 내 스마트 글라스가 크게 보급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면 특정 전시품 앞에서 관련 동영상을 재생해주는 베이징싱윤테크놀로지의 AR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의 범용 제품만 내놓는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베이징바오펑모징테크놀로지스는 2015년 1월 2만∼3만 원대의 저가형 VR 기기 ‘폭풍마경’을 출시해 전 세계에서 200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는 2499위안(약 43만7500원)짜리 ‘폭풍마경 매트릭스’로 고가 VR 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 정부 규제에 막힌 한국

 이처럼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인 VR와 AR 전시공간에서 중국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VR 섹터 참가업체 75곳 중 28곳(37.3%), AR 섹터 참가업체 24곳 중 6곳(25.0%)이 중국 스타트업들이었다. 두 섹터에서 한국 스타트업은 이노시뮬레이션(VR 섹터)과 맥스트(AR 섹터) 2곳뿐이었다. 차세대 산업이 주축인 스타트업계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미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활발한 참여가 없으면 산업 전체의 부흥으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현지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내에서 첨단산업 육성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 규제를 꼽았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드론산업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복잡한 절차와 조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무게가 13kg 이상인 드론은 비사업용일지라도 해당 지방항공청에 ‘장치신고’를 해야 한다. 25kg이 넘으면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인증’도 받아야 한다. 무게와 상관없이 지방항공청이나 국방부의 ‘비행승인’도 필요하다.

 정부는 드론을 포함한 첨단기술 개발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추진해 왔다.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데 이어 20대 국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태동기에 있는 첨단산업의 경우 5∼10년을 바라볼 중장기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관계자는 “산업별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민간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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