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위기 기업일수록 ‘고위험 고수익’ 선택 가능성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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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 비디오 게임시장에서 닌텐도는 기존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Xbox)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하지만 이때 닌텐도는 전통적인 고객층인 젊은 남성이 아닌 주부, 노년층 등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을 위한 게임 콘솔 위(Wii)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이 성과가 나빠졌을 때 오히려 리스크가 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빠진 성과가 개선될 때까지 도전적인 전략을 지양하고 안전한 전략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위의 사례와 같이 기업의 과거 성과가 실제로 리스크가 큰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기업의 성과를 전문가 평가와 시장 실적으로 구분하고 각 성과의 경향성과 가변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시장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쁜 경우 △시장 실적의 변동성이 큰 경우 △전문가 평가가 지속적으로 좋은 경우 △전문가 평가의 변동성이 낮은 경우에 리스크가 큰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기업의 매니저들은 시장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쁘거나 시장 실적이 들쑥날쑥한 경우에 현 상황이 나쁘다고 인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스크가 큰 전략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한편 전문가 평가는 오히려 반대다. 전문가 평가가 좋은 경우 성과가 좋다고 판단하며 리스크가 큰 전략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기업이 실행하는 전략에 자신감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또 시장 실적이 주는 부정적인 피드백과 전문가 평가가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 중 시장 실적의 부정적인 피드백의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 연구는 과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기업으로 하여금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사용하게 하는 주원인이라는 점을 밝혀줬다. 이는 기업 경영자들이 내리는 도전적 의사 결정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냉철한 시각에 입각하기보다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런 의사 결정이 닌텐도 ‘Wii’의 사례처럼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지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
#dbr#경영#위기 기업#고위험#고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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