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근로자 비율 첫 절반 아래로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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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100인 이상 6600곳 조사

 신소재 제조업체인 코닝정밀소재㈜는 지금까지 연공서열과 호봉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현장기능직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만 오를 뿐 직무나 역할, 기능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회사의 인건비 부담도 나날이 커졌다.

 이에 노사는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직원들의 만족도와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생산성도 높여보자는 의도였다. 그 대신 나이가 많은 기능직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직급과 보상체계를 마련해 승진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사라지고 전년도 성과와 각 개인의 역량에 따라 이듬해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일단 노사가 협상을 통해 공통 인상률을 결정한 뒤 개별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해 추가로 임금 가감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또 현장기능직에게도 주임-전임-책임의 직급을 신설해 사원-대리-과장으로 이어지는 사무직과 동일한 체계를 만들었다. 특히 현장기능직 고위 간부들에게는 임금 상한선(샐러리캡)도 뒀다.

 임금체계 개편 후 경기 침체로 매출과 이익이 줄었지만, 감원은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절감된 인건비를 신규 채용에 활용해 고졸자 105명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고용 안정과 청년 고용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코닝정밀소재처럼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서열식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6년 11월 기준 임금 결정 사업장 임금체계 개편 현황’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6600곳의 근로자 가운데 근속연공급(호봉제)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49.9%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56.9%)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근속연공급을 운영 중인 사업장 비율도 71.8%로 지난해(74.5%)보다 2.7%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임금체계 개편율 역시 11.0%로 지난해(5.4%)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많은 기업이 근속연공급을 줄이고, 성과와 역량 기반 임금체계를 도입한 결과다. 특히 조사 대상 사업장의 36.4%가 연봉제를 도입했으며 12.2%의 사업장은 연봉의 일부를 성과에 연동시키는 성과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서 올 한 해 성과연봉제 도입과 시행을 두고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은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대상 사업장 중 882곳(13.4%)은 임금체계 개편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시기는 3년 이내가 90.0%로 가장 많았고, 전 직급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는 응답도 80.3%에 달했다. 다만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연공성 완화(33.6%)와 성과연봉제 도입(42.2%)이 높게 나타났고, 직능급(15.8%), 직무급(20.5%), 역할급(8.8%)을 꼽은 응답은 적었다. 독일과 일본, 네덜란드 등의 선진국들이 직무급, 직능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정착시킨 것을 감안하면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먼 셈이다.

 임서정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독일, 일본 등은 임금체계 개편에 10년 이상이 걸렸지만 저출산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우리는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지만 지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호봉제 근로자#고용부#연공서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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