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 날개 달고… 올해만 550개 ‘창농 꿈’이 피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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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34·오른쪽)가 직접 개발한 유기농 핸드메이드 이유식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 올해 매출 18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34·오른쪽)가 직접 개발한 유기농 핸드메이드 이유식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 올해 매출 18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경영학석사(MBA)가 무슨 필요가 있나. 당장 농대(農大)로 가라”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014년 12월 서울대 경영대 MBA 과정 학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급증하는 세계 인구에 비해 부족한 식량과 농경지 때문에 미래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란 뜻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을 다소 의아한 주장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아졌다.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농촌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겨났고, 농촌 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농업의 ‘6차 산업화’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차 산업화는 농산물만 생산하는 1차 산업, 농산물을 가공해 상품을 제조하는 2차 산업, 관광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를 파는 3차 산업을 복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 꽃 피는 創農… 지역 특구로 확대

 
전통놀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전북 완주군 두억행복드림마을에서 한 학생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전통놀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전북 완주군 두억행복드림마을에서 한 학생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34)는 ‘친환경 이유식’의 가능성을 보고 2011년 고향인 경남 하동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귀농창업자금 2억 원을 종자돈으로 국산 제철 농작물을 이용한 단계별 유기농 핸드메이드 이유식을 개발했다. 이후 6차산업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고 투자를 유치해 올해는 매출 18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사업을 키워 냈다.

 최근 농촌에는 오 대표와 같은 창업 성공 스토리가 적잖다. 농식품부는 6차산업지원센터와 전문 모태펀드, 안테나숍 등을 통해 창업 코칭과 시제품 생산, 기술 이전, 판로 지원, 투자 유치 등의 창업 관련 업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6차 산업 신규 창업은 지난해 472건에서 올해(1∼10월) 550건으로 늘었다. 창업 업체(누적 기준)도 사업 초기인 2013년 360곳에서 올해는 5배 가까운 1774곳으로 증가했다. 올해 6차 산업 인증 사업자 1곳의 평균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13.5% 늘어나는 등 내실을 채워 가고 있다.

 농가 단위로 이뤄지던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지역 단위로 확대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정부는 강원 횡성군(한우), 전북 순창군(장류), 전남 영광군(찰보리), 경북 의성군(마늘), 경남 하동군(녹차) 등 농업 자원이 집적된 13곳을 6차산업화 지구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 단위 우수 모델 20곳을 발굴했으며 유자(전남 고흥군), 마(경북 안동시) 등 77개 품목에 대해 주요 산지별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충북 영동군 포도·와인지구는 지역 단위 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곳에선 와인 제조업체 43개와 정부, 연구기관이 함께 농업 경쟁력을 높였다. 업체들은 와인탐방로드, 와인삼겹살 거리, 오크통 공장 등을 통해 공동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는 와인을 만들 때 비싼 오크통 대신 저렴한 오크칩(Oak chip)을 쓸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했다. 연구기관들은 양조용 포도 품종과 국산 참나무 오크통을 개발했다. 이 결과 영동군의 와인 매출액은 2014년 41억 원에서 올해(1∼10월) 47억 원으로 늘어났다.
○ ‘농촌 관광’ 정착… 규제 완화도 성과

  
‘달빛을 어루만지다’라는 뜻을 가진 전남 담양군 무월(撫月)마을은 좋은 관광 자원을 갖고도 도시민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곳이다.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메타세쿼이아길, 죽녹원 등 인근 관광 자원과의 연계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최근 몇 년 동안 돌담길 설치, 진입로 확장 등으로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농촌 민박을 공동 운영하는 주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또 코레일과 함께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으뜸촌 기차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온라인 예약 결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10월까지 이 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8294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놀 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한 ‘가고 싶은 농촌’을 만든 것도 6차산업화 사업의 큰 성과다. 올해 농식품부는 코레일 및 10개 여행사와 함께 70종의 농촌 관광 상품을 새로 개발했다. 4월에는 네이버, 에어비앤비 등 인터넷 사업자와 연계한 예약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외국인에게 교통·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학생을 활용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올해 1∼10월 농촌 방문 관광객은 83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6만 명)보다 37.1%나 늘었다.

 농촌 관광 관련 규제 완화도 성과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농촌 체험 휴양 마을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그린벨트 내 체험 마을에서도 2000m² 이하의 체험·판매·숙박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농업인이 식품을 제조하는 경우 제조·가공 시설 기준을 완화해 주는 내용의 지자체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김철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로 농촌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6차산업#창농#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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