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새 지배구조 순항여부 촉각

 
민영화된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 2.0’으로 전환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이사회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량감이 있는 금융권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가세하고 소액주주 몫의 ‘공익 대표’를 추가 선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외이사를 각각의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우리은행 모델’이 국내 은행권의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 ‘우리금융 2.0’ 토대 마련

 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30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우리은행 사외이사진에는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중량감이 있는 금융 전문가 5명이 포진한다. 사외이사 전원을 과점주주 추천을 받아 구성하는 모델은 국내 금융권에서 시도된 적이 없어 눈길을 끈다. 현재 신한은행이 사외이사 6명 중 2명을 주주(재일교포와 BNP파리바)가 추천하고 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2010년 말 ‘신한 사태’로 물러난 뒤 6년 만에 금융권에 복귀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은행장과 지주사 사장을 모두 경험한 신 전 사장은 지주사 전환을 예고한 우리은행에 ‘신한금융’의 지주사 노하우를 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 사장을 하며 재일교포 주주 등의 이해관계를 조율한 경험이 있고, 사외이사 일부를 주주가 추천하는 신한은행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추천한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2013∼2015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과점주주 매각 방식의 밑그림을 그린 이론가다. 우리은행 민영화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한화생명이 추천한 노성태 전 한화생명경제연구원장은 2004년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았다. IMM PE가 추천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사모펀드(PEF) 특성상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를 추천해 중국 금융권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 차기 행장 선임에 주주 입김 커질 듯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제도가 안착되면 정치권이나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차기 행장 선임에도 주주들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재직 중인 사외이사 6명은 30일 주총에서 일괄 또는 상당수가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추천해 준 주주이익만 대변할 경우 경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측은 최근 과점주주들에게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 1명을 ‘공익대표’로 추가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KB사태’ 이후 KB금융지주가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경제개혁연대의 추천을 받아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고문을 사외이사에 임명했다. 하지만 주주사들이 “과점주주가 주도하는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과점주주들의 결정이 항상 우리은행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우리은행#소액주주#지배구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