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년부터 외화자산 비축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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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대비 안전판 강화 차원… 외화 LCR 내년 60%, 2019년 80%

 은행들은 내년 1월부터 현금화가 쉬운 외화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 뱅크런’(외화자금 대량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안전판을 단단히 정비하자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제21차 정례회의를 열고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외화 LCR)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시장 감시 지표로 활용된 외화 LCR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향후 30일간 순현금 유출액(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뺀 것) 대비 고(高)유동성 외화자산을 8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A은행이 향후 30일간 1300만 달러의 외화부채, 300만 달러의 외화자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800만 달러의 외국 통화나 선진국 국공채, 비금융 회사채 등 현금화가 쉬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외화 LCR를 내년 60%로 맞추고 2018년 70%, 2019년 8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9월 말 현재 시중은행들의 평균 외화 LCR 비율이 이미 100%를 넘어 크게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NH농협·수협은행은 외화 LCR를 내년 40%로 조정하되 2019년까지 매년 20%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KDB산업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 60%로 높여야 한다.

 다만 은행 중 △외화부채 규모가 5억 달러 미만이고 총부채에서 외화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인 은행(지난해 기준 전북·제주·광주은행) △외국은행 국내 지점 △한국수출입은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1년에 5회 이상 이 규제를 맞추지 못하는 은행은 만기 30일 이내 콜머니를 제외한 신규 외화자금을 차입할 수 없다.

 이는 미국 대선과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 국면에서 외화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LCR가 높으면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실물 경제에 어느 정도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10∼12월) 국내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431억 달러였지만 다음 해 4분기 349억 달러로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은행#외화#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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