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때 안보 고려’ 한국측 제안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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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8일 허용여부 최종 결정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신청에 대한 정부 결정이 18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한국의 안보 문제를 고려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정부 제안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제1조건으로 안보 문제를 내세웠던 만큼 구글이 이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찬반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안보 위협 줄여달라는 제안 거절한 구글

 
16일 정보통신(IT)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몇 차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구글 지도 정책상 한국의 특수성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8월 국외 반출 결정을 한 차례 연장한 후 구글 측에 안보 위협을 줄일 여러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전부터 구글 측에 5000분의 1 이상 대축척 지도를 가져가려면 구글어스에 노출된 주요 안보시설을 가릴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아울러 구글어스 서비스를 제공할 때 구글의 자체 위성 촬영 사진이 아닌 정사영상사진(항공사진)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구글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사영상사진은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보안성 검토를 받아 주요 안보시설 등이 지워져 있다. 정부는 대축척 지도와 구글어스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이 결합되면 유사시 국내의 주요 안보시설에 대한 타격 정밀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외교부 등 8개 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등에서는 안보 위협을 내세워 반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는 외교 마찰과 산업 진흥 등의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현재 허용 쪽 의견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18일 오전에 시작되는 협의체 심의 후에 국토지리정보원장이 반출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다수결이 아니라 전원 참석해 전원합의로 이뤄진다.
○ 국내 지도 토종업체 고사 우려

 구글은 대축척 지도 반출을 허가해달라는 근거로 한국의 위성사진 지도가 유럽과 러시아 등 민간 업체를 통해 시중에 많이 쏟아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글만 삭제 조치를 취해도 안보 실익이 없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국 정부 규제로 지도를 해외 글로벌 서버로 반출할 수 없을 경우 한국 소비자들이 구글 지도의 우수한 성능을 누릴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국판 구글맵이 외국 서비스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부처들에서도 구글의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구글맵 활성화를 통해 국내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IT업계와 정치권에서는 혁신 촉진 효과보다는 국내 지도 토종업체들이 고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산업 진흥보다는 안보 위협에 따른 문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중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하게 금지, 제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에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이 진행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국가 정밀지도 해외 반출 승인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있는데 안보에 해가 되는, 무조건적이고 원칙 없는 지도 반출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수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 기업의 자의적인 잣대가 한 국가의 안보 특수성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신무경 기자
#구글#지도#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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