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커넥티드카 판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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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 인수로 車전장 총력 체제 “완성차 진출은 안한다” 거듭 강조
애플-구글도 자체개발 사실상 포기… 높은 진입 장벽 현실 감안한듯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인 80억 달러(약 9조3600억 원)를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電裝)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사들인 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만과 함께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하만과 커넥티드 카 기술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완성차는 ‘노(NO)’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완성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4년 만에 손을 뗀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가 완성차 시장 진출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데에는 이때의 안 좋은 기억도 있겠지만 완성차 시장의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 애플과 구글 등 앞서 완성차 시장 진입을 시도했던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잇달아 쓴맛을 보고 발을 뺐다.

 애플은 2014년부터 진행해 온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최근 사실상 포기하고 전기차 개발을 위해 뽑은 인력 1000여 명 가운데 수백 명의 보직을 바꾸거나 해고했다. 전자업계에선 애플이 앞으로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보다 먼저 자율주행차 사업을 준비해 온 구글도 직접 완성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5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하이브리드 미니밴 100대에 구글 자율주행시스템을 탑재한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제품 크기도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크고 대당 단가도 1000만 원 이상이어서 규모의 경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며 “완성차 업체 시장의 진입장벽이 아직 결코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 삼성과 손잡게 된 현대자동차, 긴장하는 LG

 앞으로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 삼성전자로서는 굳이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장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래 M&A 등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것은 현대차그룹엔 상당한 자극 요인이었다. 특히 현대차는 대부분의 고급 차종에 하만 카오디오를 납품받아 써왔기 때문에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만의 주인이 바뀐 거지 시스템이나 제품이 바뀐 게 아닌 만큼 계속 납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만 제품은 현대차뿐 아니라 벤츠와 BMW 등 고급 차 브랜드들이 대부분 쓰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고객사 네트워킹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부터 자동차부품 부문을 역점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현재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인포테인먼트(차량용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전기차용 부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텔레매틱스나 인포테인먼트 사업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전기차 핵심 부품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초년병’ 수준이다. 전기차 핵심 부품 개발 기술력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관련 실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가 인포테인먼트나 텔레매틱스에 강점이 있는 하만을 인수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은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 수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견제가 시작되면 LG전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 기자
#삼성#lg전자#커넥티드카#애플#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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