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찬바람에… 투자자들 강북으로 ‘피난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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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 이후 시장 변화

 
청약규제를 강화하는 1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북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단지. 동아일보DB
청약규제를 강화하는 1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북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단지. 동아일보DB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6단지의 전용면적 44m²형 아파트는 최근 올 들어 최고가인 2억2000만 원에 팔렸다. 청약시장 규제를 강화한 ‘11·3 대책’을 기점으로 서울 대부분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이 아파트의 몸값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용면적 40∼60m² 소형 아파트를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이 노원구 일대 아파트값을 띄우고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11·3 대책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찬물을 끼얹자 투자자들의 눈길이 강북지역 소형 주택으로 향하고 있다. 규제 여파가 비교적 덜할 것 같은 지역으로 수요자들이 ‘피난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투기 수요가 비(非)강남권 일반 아파트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강북으로 향하는 ‘피난 투자’ 행렬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3 대책이 발표된 이달 첫째 주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3곳은 마포(0.28%) 중(0.27%) 도봉구(0.23%) 등 모두 강북지역이었다. 그 전주에도 강북(0.48%) 노원(0.32%) 은평구(0.32%)의 상승률이 서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이 기간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간 상승률은 0.1% 이하였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과 한강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 강북지역 매매가 상승률은 규제 발표가 예고된 지난달 초부터 강남을 앞지르는 모습이다.

 이 지역들은 정작 올해 초 시작됐던 부동산시장 활황기에는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노·도·강 아파트의 3.3m²당 매매가 상승률은 각각 0.3∼1.4%에 그쳤다. 이 기간에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은 4.7%, 2.0%씩 뛰었다.

 하지만 강남권 시장을 겨냥한 11·3 대책이 두 지역의 분위기를 바꿨다. 이 대책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강남4구(강남3구 및 강동구)의 경우 입주 시점까지로, 서울 나머지 지역은 18개월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는 큰 악재로 작용한 반면 강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중계동과 도봉구 창동 일대 주공아파트,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 등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호가를 1000만 원 이상 높인 매물들이 나왔다. 중계동 써브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 소형 주택 수요자의 절반은 투자자이다”며 “신규 분양이 드문 지역이어서 11·3 대책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 “‘풍선효과’ 겨냥한 추가 규제 가능성”

 시장 일각에서도 11·3 대책이 강북 시장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발표 이후 그동안 집값이 비교적 덜 올랐던 서울 외곽 단지들을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패턴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는 방식에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월세 수익을 얻는 수익 추구형으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제가 서울 전역에 도입된 2006년에도 강남 집을 팔고 강북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사람이 많았다”며 “강북 일반 아파트가 11·3 대책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풍선 효과를 기대하고 섣불리 비강남권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시장의 과열 양상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를 내놓을 수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분위기를 이끌던 강남권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북 일부 지역만 활황세를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투기 억제 의지를 확실히 밝힌 만큼 수요자들은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강남#재건축#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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