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실패는 혁신의 과정… 과도한 궤도수정은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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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적 결함으로 생산·판매가 중단된 갤럭시 노트7로 인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질타가 거세다. 호들갑을 떨며 삼성전자 기술진을 비난하고 대대적인 조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이 회사의 혁신 동력에 해가 될까 우려스럽다.

 최근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의 경영학자들이 공동으로 유럽경영저널(European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럴 때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금전적 손실의 만회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닌 ‘혁신 트라우마’의 극복이다. 연구진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1996년부터 자바스테이션이라는 기업용 컴퓨터 시리즈를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크게 실패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선레이라는 제품을 1999년 출시했지만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다가 2010년 오라클에 인수됐다.

 회사의 핵심 임직원 38명을 심층 면접한 연구진은 선행 제품의 실패로 인해 직원들이 스스로를 불신하게 됐고 이것이 회사 전반적인 패배주의로 이어졌음을 밝혀냈다. 자바스테이션 실패 후 6번이나 최고관리자가 바뀌었고 기술진이 대대적으로 재배치됐다. 기술진이 뒤섞이자 조직에 혼란이 생겼고 상품을 시장에 소개해야 할 마케팅 부서도 자신감을 잃었던 것이다.

 반면 2000년 초 타이어 제품 결함으로 전량 리콜과 보상을 했던 일본의 브리지스톤은 재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GE, 도요타도 유사한 위기를 겪었으나 보란 듯 회생했다. 혁신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조직을 흔들어 버리거나 과도한 궤도 수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이어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변화와 혁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실패다.

 기술진이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당황하지 않고 더욱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삼성전자의 개선책은 오히려 혁신 트라우마를 촉진시킬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경영의 지혜#경영#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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