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년째 그대로인 비과세 항목… 일몰규정 없는 감면액 21兆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실효성 없는 비과세 항목 30년 넘게 방치
일몰없는 비과세 ‘관리 사각지대’

《 1960, 70년대에 만들어진 비과세 감면 항목들이 일몰기한 없이 수십 년째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매년 20조 원이 넘는 세금이 공제되고 있는 만큼 주기적인 성과 평가와 일몰기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년도 조세지출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229개 비과세 감면 항목 중 78개(34%)가 일몰규정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몰규정 없이 운영되는 비과세 감면액은 21조7000억 원으로, 전체 비과세 감면액의 59.2%를 차지했다. 》

 1968년 박정희 정부는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 급여에 대한 비과세 항목을 신설했다. 경제개발을 위해 한 푼의 외화가 아쉬운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한국 경제는 48년간 급성장했고, 기업들의 무대도 세계 각지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제 개발 초기에 만들어진 이 제도는 타당성 검토 없이 지금껏 운영되고 있다. 공제 규모는 오히려 내년 1709억 원으로 커졌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일몰 규정이 없는 78개 비과세 및 감면 항목 중 20개(25.6%) 항목이 30년 이상 운영되는 동안 단 한 번의 성과평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몰 규정 없이 ‘20년 이상 30년 미만’ 지속되고 있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13개로 조사됐다. ‘10년 이상 20년 미만’과 ‘10년 미만’ 운영된 항목은 각각 25개, 20개였다.

 이렇게 상당수 비과세·감면 항목이 제대로 된 성과평가 한 번 받지 않고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몰 규정 없는 비과세 및 감면 항목들이 장기간 운영되는 동안 경제 환경은 크게 변했지만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1970년 도입된 ‘국제금융거래에 따른 이자소득 면제’ 항목은 국제 금융거래가 빈번해지고 금융기법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진 현 상황에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977년 도입된 ‘농가부업소득 비과세’의 경우 누구에게 얼마나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지 추정조차 하기 어렵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항목의 존속 여부와 효과를 검토하는 조세특례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규 도입되는 비과세 항목과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에만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2015년 일몰 규정이 없는 항목에 대한 별도의 임의평가 제도가 도입됐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강제성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전송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 일몰이 도래하자 과표 양성화 차원에서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된 ‘현금영수증 사업자 및 현금영수증 가맹점에 대한 과세특례’는 일몰 규정이 없다 보니 13년째 시행 중이다.

 비과세·감면 정비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일몰 규정 없는 비과세·감면 항목 중 폐지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한부모 소득공제’, ‘기부장려금’ 등 9개 항목이 신설됐다. 낡은 제도를 없애지 않고 공제 제도를 추가만 하다 보니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항목을 정비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제도 시행의 정책적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거나 실효성이 크지 않은 항목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몰 기한을 정하거나 주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해 불필요한 제도를 솎아내는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폐광카지노 개별소비세 저율과세 및 면제’, ‘항공기, 반도체 제조·수리용 물품에 대한 관세 감면’, ‘기업의 운동경기부 설치운영에 대한 과세특례’ 등이 폐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비과세#일몰법#세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