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 벗고 ‘애슬레저’ 입어야 패션리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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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계 새 브랜드 선보여

 매출 침체에 시달려 온 아웃도어 업체들이 잇달아 ‘애슬레저(Athleisure)’ 신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애슬레저는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해 입을 수 있는 캐주얼스포츠 의류를 가리킨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리모델링하면서 기존 아웃도어 매장을 ‘레저스포츠 전문관’으로 바꿨다. ‘등산복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감각의 아웃도어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 편집숍 형태로 브랜드 간 경계를 없애면서 서핑, 자전거, 캠핑 등 다양한 야외 스포츠 용품과 의류를 더했다. 리뉴얼 매장이 문을 연 올해 6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이 전문관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3.6%나 신장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아웃도어 매장의 전년 대비 매출이 5.9% 감소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신세계백화점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아웃도어의 중심축은 빠르게 애슬레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24일 아웃도어 업체들에 따르면 각 업체는 신규 브랜드를 내놓거나 기존 브랜드를 스포츠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화승의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은 11월에 트레일러닝화 라인을 새로 선보이며 트레일러닝 선수와의 협업 등 마케팅을 강화한다. 트레일러닝은 산행을 뜻하는 트레일과 달리기(러닝)를 합한 뜻으로 등산보다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다. 화승의 스포츠브랜드인 르까프도 11월 중 배드민턴 라인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2코리아는 스포츠 브랜드인 ‘다이나핏’을 13일 처음으로 선보였다. 러닝 중심의 ‘다이나 스피드’, 실내 트레이닝에 특화한 ‘다이나 트레인’ 등 라인을 세분해 기능성을 강조했다. K2코리아 측은 “앞으로 애슬레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2019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휠라코리아는 아예 아웃도어 사업을 접었다. 대신 기존 스포츠 라인을 트랙 스포츠용, 실내 스포츠용, 선수용 등으로 세분했다. 컬럼비아코리아는 내년 초 미국 요가웨어 브랜드인 ‘프라나’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애슬레저의 원조 격인 미국 브랜드 ‘룰루레몬’도 올해 5월 아시아 지역의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한국에 열었다.

 신규 브랜드가 쏟아지는 것은 불황을 겪고 있는 패션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가 애슬레저 시장이기 때문이다. ‘2015 국민생활체육 참여 및 국민체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인구는 전체 국민의 56%에 이른다. 운동 인구가 늘면서 2009년 5000억 원 규모였던 애슬레저 시장은 올해 3배 수준인 1조5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애슬레저 시장이 다른 의류 영역을 잠식하며 2020년까지 830억 달러(약 9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이 아웃도어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몇몇 상위 브랜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스포츠 브랜드들의 위상은 비슷해 상대적으로 유통망 확보가 쉽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며 “아웃도어 업체는 기능성 의류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애슬레저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웃도어#에슬레저#룰루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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