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누진세 소송 기각 “약관,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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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6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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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전기요금 누진세가 부당하다며 제기된 소송을 기각하고 누진세 제도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정모씨 등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 6조에 따라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전기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기요금에 관해 정하고 있는 누진체계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의 누진구간 및 누진율 등에 관해서는 관련 법령이나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그 적정 범위나 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기록상 각 전기공급약관의 인가 당시 전기요금 총괄원가가 얼마이고 어떻게 산정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누진구간 및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상의 전기요금 산정이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른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거나 사회·산업정책적 요인들을 감안한 적정투자보수율 등의 수인한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누진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특정 고객에 대해서는 요금계산을 달리하거나 전기요금을 감액하도록 하고, 특정 고객의 선택에 따라 전력요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각 나라의 전기요금 정책은 나라의 상황, 전력 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면서 곽 변호사 등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정 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판결에 따르면) 법률과 고시에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인데,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과 약관이 위법하다는 것은 다른 내용”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곽 변호사는 “한전이 소송 과정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지연됐고, 그로 인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쉬운 판결로서, 항소해 다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씨 등은 “한전이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 체계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해왔다”며 2014년 8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2년 8월 6일부터 2013년 11월 21일까지 전기공급약관에 대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라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누진단계 및 누진율이 과도하며 주택용 전력에만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두지 않고 있다”며 “한전의 전기공급정책상 다른 용도 전력의 전기요금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전기사용자인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로 전기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가 높아지며 가격차이가 최고 11.7배까지 난다. 이 같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누진제 관련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3건, 광주·부산·대전·대구 등 전국지방법원에서 6건 등 총 9건이 진행 중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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