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치는 사모펀드, 우리銀 지분 인수전에 우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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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개 펀드 약정액 60조 돌파… 투자처 못찾아 자금 70%만 집행
연기금 투자독려에 ‘실탄’ 소진 나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사모펀드(PEF)가 대거 참여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PEF들은 저평가된 우리은행 주가와 높은 배당률,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보고 지분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끌어모은 자금을 굴릴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18개 회사 가운데 국내외 PEF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IMM PE, 한앤컴퍼니, 보고펀드 등 국내 대표 PEF를 비롯해 CVC캐피털,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 등 해외 PEF도 이름을 올렸다.

 IB 업계는 PEF가 넘치는 실탄을 소진하기 위한 투자처로 우리은행을 주목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PEF가 운영하는 펀드는 342개이며 출자약정액은 60조3000억 원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 명목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PEF에 많은 자금을 출자하면서 PEF 덩치가 처음으로 6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이 PEF에 돈을 넣고, PEF는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대체투자 상품이나 인수합병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에 짭짤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PEF 출자약정액 중 약 70%인 41조2000억 원만 집행됐고, 나머지 19조1000억 원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투자를 검토했던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자 등의 운용 비용을 고려하면 PEF의 우리은행 투자에 대한 목표 수익률은 5∼6% 수준”이라며 “두 자릿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PEF들이 수익률보다는 기존 펀드의 자금을 소진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PEF에 출자한 일부 연기금이 일정 기간 내 자금을 소진하지 못한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깎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참여한 PEF 관계자는 “펀드 자금을 투자할 대형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은행 지분 투자는 유한책임투자자(LP)를 설득할 만한 안전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PEF의 우리은행 투자 열기를 M&A 시장의 일시적 침체의 결과로 풀이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ING생명 등 PEF가 보유한 회사들의 매각이 미뤄지면서 PEF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당분간 M&A 시장에서 PEF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사모펀드#우리은행#인수#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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