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경영]2% 성장·공급과잉…아슬아슬 한국 경제 초심으로 체질, 개선, 위기 탈출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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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는 ‘2%대 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0년째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들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이조차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각 기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회복하려는 ‘위기 관리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

 삼성그룹은 돌발적인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공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역시 그랬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발화 추정 사례가 처음 접수된 뒤 국내 공급을 중단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틀 뒤 직접 글로벌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삼성 특유의 과감한 결단이 두드러지는 장면이었다.

 포스코는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상황에서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포스하이알, 포뉴텍 등 계열사 구조조정 34건을 마무리했고 포스코건설의 사우디 PIF 지분 매각 등 자산 구조조정 12건도 완료했다. 올해도 총 54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약 4조 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두산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뒤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해외 과잉설비를 빠르게 정리하고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결과 두산그룹은 전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올해 상반기(1∼6월) 55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위기를 기회로 삼다

 SK그룹은 대내외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오히려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는 주력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과 아시아 등의 세계적 기업들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맺으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독일, 중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16개의 법인과 14개의 사무소를 구축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했다. SK그룹은 또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등을 통해 바이오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변화 속에는 항상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GS그룹은 그 기회를 찾기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GS에너지가 지난해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초대형 생산유전인 아랍에미리트(UAE) 육상생산광구의 지분 3%를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화그룹은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되 석유화학, 태양광 등 주력사업 부문은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과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사들였다. 석유화학 및 방산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태양광 부문에서도 지난해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하면서 셀 생산 기준 세계 1위 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위기는 체력을 회복할 시간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현대중공업은 위기 탈출을 위한 자구안 이행과 함께 글로벌 협력을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사와 러시아 상선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 부문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5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십 시스템 ‘오션링크’를 개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창업초심’을 경영방침으로 세우고 있다. 이윤경영, 품질경영, 안전경영 등이 세부 방침들이다. 에쓰오일은 미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질유 분해시설과 복합 석유화학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에 빠진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성장이 멈춘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플랫폼 개방’이란 카드를 꺼냈다. 통신요금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변하겠다는 전략을 만들어낸 것이다. SK텔레콤은 7월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했고 통화 플랫폼인 T전화도 모든 이용자에게 문호를 열었다.

 KT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회복에 성공한 경우다. 지난해는 2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뒤 ‘기가토피아’를 전사적 목표로 제시했다. 그해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의 전국 상용화에 성공했다. KT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에 성공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경영#위기관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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