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2020년엔 한번 충전으로 400km 단숨에 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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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면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km를 단숨에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량은 현대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회 충전 시 191㎞를 달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고밀도 이차전지 개발 프로젝트’ 선포식을 갖고 전기차 업계와 연구기관이 대거 참여하는 ‘전기차-이차전지 융합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차전지시장은 최근 정보기술(IT)기기용 소형전지에서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이차전지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분야다. 특히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약 30%이상 고속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총 430억 원(산업부 270억 원, 민간 16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LG화학과 탑전지(이상 전지기업), 포스코켐텍과 더블유스코프코리아(이상 소재 기업),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상 국책연구소) 등 민관 27개 기관이 참여한다. 정부는 프로젝트의 조기 사업화를 위해 한국전지연구조합에 사업단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단의 핵심과제는 ‘고밀도 전지’ 개발이다. 2015년 기준 150Wh/㎏수준인 전지 에너지밀도를 2배 이상 끌어올려 전기차 1회 충전만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전지의 에너지밀도는 1㎏의 전지에 담는 에너지량(Wh)이며, 에너지밀도가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사업단은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 등 4대 소재 관련 기술개발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소재별로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결합한 전지시스템을 만들고, 다시 이를 토대로 사업화까지 추진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기업이 관련 기술개발을 전체적으로 다 소화할 수 없는 만큼 개별 소재개발을 프로젝트로 묶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영삼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전지시장은 한·중·일 3강 구도인 데 국가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업체인 삼성SDI가 빠져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일각에선 삼성SDI가 대형 리콜 파문을 겪은 갤럭시노트7에 배터리를 공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갤럭시노트7 리콜 문제가 발생한 시점이 8월이고 이번 프로젝트 공모는 한 달 정도 앞선 7월에 시작됐다”며 “두 사항은 서로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SDI도 “이번 프로젝트 과제가 기존에 추진돼온 사업과 중복된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세계 전기차 및 이차전지시장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만기 산업부 제1차관은 “전기차와 이차전지업계 및 연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해외 진출 및 기술융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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