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부동산 중개의 기술… 집보여 주는 순서에도 전략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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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제적 행위와 결정에 있어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 맥스 베스브리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뉴욕시의 부동산 시장에서 중개인이 구매 결정을 촉진하기 위해 동원하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2012년 이후 27개월 동안 뉴욕에 거주하는 부동산 중개인 12명과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57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주택 구입을 둘러싼 거래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 부동산 중개인이 동원하는 감정의 메커니즘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매수자의 선호도 및 특성을 분석해 그에 부합하는 매물을 선정할 뿐 아니라, 매력을 느낄 만한 조건을 특별히 부각시켜 매수자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혼 후 새집을 찾는 매수자가 “예전 집이 어두운 게 싫었다”고 했다면, 단순히 ‘빛이 잘 드는 집’만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밝고 새로운 콘셉트’로 꾸며진 집을 찾아 추천해 주는 식이다. 둘째, 매수자에게 보여 줄 부동산 매물의 순서를 교묘하게 배열해 구매 결정을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즉, 거래 성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물을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놓고, 매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의 집을 첫 번째에 보여 줌으로써, 두 번째나 세 번째 집을 봤을 때 ‘이상적 매물’이라는 판단이 들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셋째, 구매 결정을 빨리 내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조바심과 불안감을 자극하는 메커니즘을 동원했다. 이는 취향이 다변화되지 못하고 주택난이 심한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보편화된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부동산이라는 고(高)관여 제품 구매에서도 ‘감정의 역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논문은 소비자의 선호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감정 자체가 개인 간 상호작용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중개인이 사전에 얻은 부동산 매수자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판매 전략(중개 전략)을 바꿔 가는 방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알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도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부동산#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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