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한회사’ 베일 쓴 글로벌기업… 한국내 매출액 규모도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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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상법 규제 완화후 줄줄이 전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페이스북코리아가 한국에서 해마다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정확한 액수는 회사 핵심 관계자만 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가 수익 중 얼마를 본사에 송금하는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이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거나 경영 실적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문제는 페이스북코리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국적기업 한국지사들이 공시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경영 정보를 비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나 알리바바코리아 등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검색하면 ‘일치하는 회사명이 없다’는 문구가 나온다.


○ 유한회사 5년 새 52.5% 증가


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의 유한회사는 2010년 1만6998곳에서 2015년 2만5929곳으로 52.5% 급증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설립 규제가 크게 완화된 게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주목을 끌게 됐다. 다국적기업들은 국내 기업과 달리 굳이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 지사를 주식회사 형태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또 외부 감사를 받을 경우 본사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2011년 이후 다국적기업들은 한국지사를 세우며 유한회사로 만들거나 기존의 주식회사를 서둘러 유한회사로 바꿨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는 2006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애플코리아(2009년) 루이비통코리아(2012년) 등이 뒤를 따랐다. 알리바바코리아(2014년)와 테슬라코리아(2015년)는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이 본격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금을 탈루하거나 옥시처럼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야권도 같은 의견이다. 개정안을 심의할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은 “사회적 감시망을 강화해 거대 외국계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 말 아끼는 다국적기업들

정부와 정치권의 유한회사 외부 감사 추진에 대해 해당 다국적기업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련 사항을 준수하겠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비롯해 해외 기업의 조세 및 정책 환경 개정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라며 “국내 실정법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관계자도 “법이 개정되면 잘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내부적으로 해당 제도 도입이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회사의 외부 감사는 상당 부분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를 겨냥한 것이지만, 일부 국내 중견·재벌 기업에도 ‘불똥’이 튈 예정이다. 이들은 기업 오너나 일가와 관련된 회사를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해 왔다.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 주식’ 대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개인 회사 와이즈키즈는 201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이 회사는 이후 NXC의 부동산임대업 자회사였던 엔엑스프로퍼티스(NXP)를 합병했고, NXP는 현재 게임과는 무관한 미술품 갤러리(‘갤러리313’)와 입주 건물(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3빌딩’)을 관리하고 있다.
○ 공시 여부가 ‘뜨거운 감자’

유한회사의 외부 감사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이제 남은 과제는 외부 감사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다. 당초 금융위는 유한회사가 외부 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는 것까지 포함한 외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 3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감사보고서 공시를 ‘과잉 규제’로 보고 금융위에 개선을 권고했다. 감사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원가 정보 등 영업 비밀이 공개되고 이로 인해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단가 인하 압력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위는 외부 감사 보고서 공시 규정은 삭제했고 현재 법제처에서 이를 심사 중이다.

그러나 야당은 주식회사 역시 회계 정보 공개로 똑같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며 회사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유한회사에만 공시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외부 감사를 해 놓고서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반쪽 개선’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 외부감사


회사로부터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이 하는 회계감사로, 재무상대표와 손익계산서 등 각종 회계 처리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매출과 비용 처리, 부채비율, 본사 송금액, 법적 분쟁 등 기업 경영
전반이 감사 대상이다. 외부 감사인은 감사 결과에 따라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네 가지 의견을 감사보고서에 표명할 수
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곽도영 기자
#유한회사#매출액#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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