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수수료 줄인상에… 금융당국 일제 점검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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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인상 적절성 등 검토 나서

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의 수수료 체계를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수수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수수료 자율화’ 방침을 밝힌 지 약 1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수수료 원가 구조를 점검하고 지난 1년간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년간 신한, KB국민, KEB하나은행 등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창구 송금 등 각종 수수료를 1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까지 올렸다.
 

▼ “서민 부담 키운 은행 수수료 점검” ▼


금융당국이 자율화 방침 약 1년 만에 은행권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수수료 인상에 나서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재 수수료 체계에서 비용 대비 과도하게 이익을 얻는 부분이 없는지,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없는지 등을 두루 검토할 계획”이라며 “제각각 다른 은행 수수료 기준도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가격 결정에 자율성을 주겠다”며 ‘수수료 자율화’를 선언하자 은행들은 일제히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일반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타행 송금 수수료를 인상했고 국제 현금카드 신규발급 수수료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렸다. 신한은행은 2월부터 타행 송금 수수료와 현금입출금기(CD) 계좌이체 수수료를 200∼1000원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6월부터 타행 송금 수수료, 통장·증서 재발급 수수료, 외환 수수료 등을 500∼5000원 더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11일부터 자동화기기(ATM) 입출금 수수료와 창구 송금 수수료를 200∼1000원, KEB하나은행은 5월 ATM 이체 수수료를 100∼200원 올렸다.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저금리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중심의 이익창출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내 17개 은행(시중·지방·특수은행 등)의 이자 이익은 2011년 39조1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3조5000억 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군살 빼기와 신사업 창출보다 ‘손쉬운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7개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4조9000억 원으로 2014년보다 6.5%(3000억 원) 증가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수수료가 오르면 자산이나 거래 규모가 작아 수수료를 면제받지 못하는 서민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이 1년 만에 말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수료 인상은 2011년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으로 내린 수수료를 정상화한 것”이라며 “규제가 역주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타행송금 수수료가 미국 씨티은행은 17.5∼35달러, 일본 UFJ는 216∼864엔(3월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은행의 수수료가 싸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무용 부동산 임대면적 규제를 없애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판매를 허용해 은행들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부분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가격에 개입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제정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를 달았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오히려 은행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수료 인상은 은행의 원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수수료를 올린 만큼 서비스의 전문성도 높여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은행#수수료#저금리#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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