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이상 21만명… ‘금수저’ 비중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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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2016 한국 부자 보고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한국의 부자는 21만 명으로 1년 새 약 1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0.41%가 가계 금융자산의 15%를 보유한 것이어서 ‘부(富)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모은 부자보다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을 받은 ‘금수저’ 출신의 부자들이 처음으로 더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16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는 지난해 말 21만1000명으로 2011년 말(14만2000명)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매년 약 10%씩 늘어난 셈이다. 안용신 경영연구소 팀장은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각국의 부양책 덕분에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 지난해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합계는 476조 원으로 일인당 평균 22억6000만 원 정도다.

부모의 증여가 부자들의 자산 증식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연구소가 올해 3, 4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 400명을 설문한 결과 자산 축적 수단으로 사업체 운영(38.8%)과 부모의 상속·증여(26.3%)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2011년 같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부동산 투자(45.8%)는 올해 사업체 운영, 상속·증여에 이어 2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고액 자산가일수록 부모의 영향이 컸다.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인 부자 10명 중 4명(40.0%)은 부모의 증여나 상속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의 특정 지역 쏠림은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 부자의 65.0%(서울 44.7%, 경기도 20.3%)가 수도권에 거주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서울 비중이 꾸준히 줄었다. 특히 서울의 부자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1년 37.8%에서 지난해 36.7%로 하락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부자들의 투자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 평가하는 투자 성향을 보면 ‘안전 성향’은 2013년 같은 조사 때보다 11.8%포인트 감소한 반면 ‘위험중립 성향’(35.8%)과 ‘적극 성향’(12.3%)은 늘었다. 또 부자들의 금융자산 중 현금이나 예·적금의 비율이 줄어드는 반면 투자·저축성 보험이나 신탁,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절반 이상(54%)은 상가, 빌딩, 토지 등 투자용 부동산이었다. 특히 자산 100억 원 이상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72.1%가 투자용으로 고액 자산가일수록 빌딩이나 상가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았다. 부자들은 국내 부동산 가운데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상가(25.5%), 오피스텔(15.3%), 아파트(13.8%) 등을 꼽았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금융자산#금수저#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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