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안풀면 성장 못하는 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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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에 재정기여도 100%… 정부 조기집행 없었다면 제로성장
민간 활력 떨어져 부양책 효과 반감… 구조개혁 등 체질강화가 근본 처방

한국 경제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등이 없었다면 올해 1분기(1∼3월)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렀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올 상반기(1∼6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48조 원 규모의 재정 보강 보따리를 풀어놓는 등 성장의 재정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 주도 ‘외끌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5%로 이 중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0.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1분기 경제성장을 정부가 이끌었다는 뜻이다. 민간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3%포인트로 후퇴했고, 그 대신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전체 예산의 59.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다. 이로 인해 하반기(7∼12월) ‘재정 절벽’이 우려되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민간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으면 이만큼의 성장을 달성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 감소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민간 부문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3월(전달 대비 6.1% 증가)에 비해 4월(3.1%)과 5월(0.0%) 크게 둔화됐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의 신규 채용도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 경기 침체와 민간 경기 부진으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지만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구조 개혁이나 규제 철폐 등의 근본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에 의존한 단기 부양책이 반복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경제 체질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4년 내내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세 차례나 추경 예산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고 취업자 증가폭은 20만 명대로 추락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일시적 경기 부양으로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는 데 급급하다”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나랏돈#재정기여도#정부#민간#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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