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이제는 맞춤형 보험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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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늘어… 농가수-보장금액 작년의 2배로
올해부터 모내기 피해도 보상… 농민 인식 확산-보장범위 늘려
신규 62%-재가입 74% 달해

인천 강화군 49만6124m² 규모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 윤모 씨(58)는 지난해 벼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 737만 원 중 윤 씨가 실제로 부담한 금액은 128만 원으로 채 20%가 안 된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했다. 윤 씨는 지난해 심한 가뭄으로 제대로 벼를 수확하지 못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아 보험금 9387만 원을 받았다. 윤 씨가 낸 보험료의 73배가량을 돌려받은 셈이다. 벼 농작물재해보험의 효과를 톡톡히 본 윤 씨는 올해도 보험에 가입했다.

윤 씨처럼 벼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민이 늘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4월 4일∼6월 24일 가입자를 모집한 결과 전국 10만6382농가가 보험에 가입했다. 지난해 가입 농가 수(5만4423)보다 약 2배로 증가했다. 가입 면적도 지난해 13만8000ha에서 올해 24만7000ha로 늘었다. 보장 금액은 올해 2조4000억 원 정도로 지난해 보장 금액 1조3000억 원의 1.8배로 커졌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3.8배로 가입 면적이 넓어진 것을 비롯해 경기 충남 경북 경남 지역에서 2배 이상으로 가입 면적이 늘었다. 충남 부여군의 경우 가입 면적이 지난해의 28배로 넓어져 기초단체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벼 농작물재해보험은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 새 멧돼지 등 동물의 공격, 화재 등으로 제대로 벼를 경작하지 못했거나 수확량이 감소하는 피해를 보상한다. 현재 NH농협손해보험이 독점 판매한다. 보험료는 정부가 50%를 지원하고 지자체가 10∼20%를 부담한다. 1년 단위로 가입이 이뤄지는데, 매년 모내기철에 가입자를 모집한다.

올해 보험 가입 농가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신규 가입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가입 농가 중 62%가 신규 가입자였다. 올해 신규 가입 농가는 지난해의 2.1배로 늘었다. 지난해 가입자 중 74%가 올해 재가입했다.

농식품부는 “신규 가입자가 많고 재가입 비율이 높은 것은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농민의 공감대가 커졌고, 농민의 요구를 반영해 보장 범위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판매된 보험에는 모내기 기간에 가뭄 등으로 모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장 항목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지난해까지는 모내기가 끝난 이후부터가 보장 기간이었다.

벼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도 재해보험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이 처음 도입된 해는 2001년이다. 그해 사과와 배를 시작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작물이 매년 늘었다. 벼 재해보험은 2009년에 나왔다. 올해 양배추, 밀, 시설(하우스) 미나리, 오미자 등 4개 작물이 새로 이름을 올린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50개 작물이 재해보험 대상 품목이다. 내년에는 시설 쑥갓, 무화과, 유자 등 3개 작물이 새로 보험 대상이 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및 농협과 협업해 농작물재해보험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농가들의 가입을 지속적으로 독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원일 농식품부 재배보험정책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농업을 위해 재해보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농업#모내기#농작물재배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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