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주 마케팅’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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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원료 10% 써야 ‘메이드 인 제주’ 인증

제주도가 제주 콘셉트 화장품에 공식 인증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분주해졌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제주도가 제주 콘셉트 화장품에 공식 인증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분주해졌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제주산(産) 원료를 10% 이상 쓰지 않으면 ‘메이드 인(made in) 제주’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제주의 청정한 이미지를 활용해 마케팅을 해오던 화장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화장품 업체들이 ‘제주’라는 홍보 문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자 제주도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달 2일 ‘제주 코스메틱 서트’(사진)라는 인증 제도 시행 공고를 낸 뒤 3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주에서 난 원료를 10% 이상 사용해야 하고, 제주 소재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산 원료가 1% 미만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은 제품들도 청정한 제주의 이미지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증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더라도 공식 인증을 받기까지의 절차는 까다롭다. 화장품에 사용된 제주 식물과 광물, 미네랄, 동물 유래 성분을 채집한 날짜와 장소, 수량 등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물은 원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제주산 온천수, 탄산수, 지하수를 10% 이상 사용했다고 해도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한 브랜드는 현재까지 4개뿐이다.

공해가 심각한 중국에서 청정한 이미지를 앞세운 한국의 자연주의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제주 콘셉트의 화장품을 선보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해뿐 아니라 바다를 보기 힘든 중국에서 제주는 ‘환상의 섬’으로 통해 제주 콘셉트의 화장품이 특히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제주 인증’ 마크를 따내기 위해 갑자기 분주해졌다. LG생활건강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LG생활건강은 제도 시행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준비해 이달 2일 처음으로 인증 마크를 부착한 제품을 내놓았다. ‘비욘드’의 스킨케어 세트 6종으로, 제주에서 난 동백오일과 차조, 보리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 또 더페이스샵의 제주 화산토 기초케어 제품을 제주 인증 기준에 맞춰 리뉴얼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제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도 인증 준비에 나섰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산 녹차, 화산송이, 탄산수, 유채꽃, 동백꽃 등으로 만든 제주 관련 제품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까다로운 인증 조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산 시설이 부족한 제주에 직접 공장을 지어야 하는 경우 중소업체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라는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생산 공장까지 직접 지어야 하는 경우라면, 투자 대비 이익을 따졌을 때 손해가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화장품#메이드인제주#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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