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술, 첨단 산업으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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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철기술로 만든 고급칼…청국장 프로바이오틱스…3D프린터용 천연소재 개발
정부, 7월부터 본격 프로젝트
‘산학연 전통르네상스지원단’ 구성… 2025년까지 1조4000억 시장 창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무게는 28t에 달하고, 이 무게를 1000년 넘게 버텨 온 종걸이 쇠가 있다. 이를 제작한 우리 전통 기술이 첨단 과학을 만나 고급 주방용 칼을 만든다. 또 한국인의 장 건강을 지켜온 청국장이 현대 과학을 만나 식물성 프로바이오틱스 신제품으로 탄생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10개 부처는 ‘과학기술을 통한 한국 전통 문화 프리미엄 창출 전략’이 27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통 산업과 첨단 과학을 융합해 2025년까지 1조4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전통 산업에 현대 과학을 접목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선도 프로젝트는 ‘전통 제철 기반 고급 칼’과 ‘청국장 발효균 프로바이오틱스’ ‘3D프린팅용 전통 천연소재’ 등 3가지다.

성덕대왕신종의 무게를 오랜 시간 지지한 종걸이 쇠와 칠지도, 환두대도 등을 만든 전통 제철기술에 현대 제련·합금 기술을 더해 명품 주방용 칼을 만든다. 전통 제철기술로 만든 철제 물건이 견고한 까닭은 대장장이가 수백 회씩 쇠를 내리쳐 만드는 단접기술 덕분이다. 단접기술의 단점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현대 기술을 도입해 단접기술 공정을 일부 자동화하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독일과 일본이 선점 중인 10조 원 규모 중국 주방용 칼 시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청국장으로는 일본의 ‘낫토’가 선점하고 있는 2조 원 규모의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시장 진출에 앞선 과제는 발효미생물 표준화다. 일본은 낫토를 만드는 데 쓰이는 미생물을 표준화해 균질한 품질의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최신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가장 우수한 청국장을 만들어 내는 ‘스타 균주’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청국장은 단일종의 미생물을 이용하는 낫토에 비해 다양한 미생물을 자연 발효시켜 얻는 식품으로 기능성 면에서 낫토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3D프린터용 접착제는 태아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보고된 만큼 3D프린팅용 천연소재는 아교, 흙과 같은 인체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대형 3D프린터로 한옥을 짓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미래부는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전통르네상스지원단’을 구성해 선도 프로젝트 수행을 돕는다.

국내 전통 문화 산업 규모는 약 25조 원(2010년 기준)으로 문화산업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계는 노동집약적인 구조와 영세한 규모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통 산업 종사자 1인 매출이 한국은 2010년 기준 연간 8800만 원인 데 비해 일본 공예 산업 종사자는 2001년 기준 6억5000만 원이나 돼 그 차이가 크다.

이진규 미래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전통 문화의 복원에 초점을 맞췄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을 더해 전통 제품을 고도화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에밀레종#전통기술#첨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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