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신고 미루고… 주가 띄우고… 美기업들 스톡옵션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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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일정 수량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통상 대기업에 비해 임금을 많이 주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

스톡옵션 도입 초기부터 기업들은 주가가 낮은 날짜로 스톡옵션 지급 일자를 임의 조정하는 편법인 ‘백데이팅(backdating)’ 방법을 종종 도입해 왔다. 실제 스톡옵션을 받은 날이 아닌, 주가가 더 낮은 과거의 어떤 날로 지급 일자를 소급 적용함으로써 스톡옵션 행사 시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서다. 비록 미국에서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미국의 기업회계 개혁법)이 도입되면서 백데이팅이 금지됐지만, 이 같은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옵션 조작 관행이 과연 줄어들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여된 140만 건의 스톡옵션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백데이팅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스톡옵션 부여 사실을 보고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전체 스톡옵션 중 90%는 요건을 충족했지만 신고 날짜가 지연된 경우도 10%나 됐다. 이 중 일부는 60일을 초과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기대수익률과 비정상수익률을 산정하기 위해 시장 평균을 비교 잣대로 삼아 주가와 수익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뒤늦게 신고된 스톡옵션의 경우 과도한 기치를 얻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지연 일수가 길수록 비정상수익률이 높았다. 평균적으로 60일 뒤 신고된 경우 8%의 비정상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또한 백데이팅의 또 다른 유형인 ‘스프링 로딩(spring loading·주가를 상승시킬 만한 긍정적인 뉴스 발표 직전에 스톡옵션 부여)’과 ‘불릿 도징(bullet dodging·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직전에 주가를 하락시키는 부정적인 뉴스를 공표)’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옵션 부여 시점 전후의 주가 변동 추이도 분석했다. 그 결과, 옵션이 부여되기 직전에는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거나 떨어졌다가 옵션이 부여된 직후에는 곧바로 반등했으며 비정상수익률이 평균 6%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옵션을 부여한 시점과 뉴스 공개 시점을 조정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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