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위스키 골든블루 ‘나홀로 급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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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술’ 통념 깨고 36.5도로 낮춰… 5년새 매출 11배로… 年産표기 없애

위스키 시장이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 홀로’ 웃고 있는 업체가 있다. 한국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가 그 주인공이다.

5일 골든블루에 따르면 2009년 2519상자(1상자 500mL×18병)였던 이 업체의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12배인 28만1792상자로 급증했다. 김동욱 골든블루 사장(45)은 “골든블루(사진)는 ‘위스키는 아재(아저씨) 술’이라는 통념을 깨 독한 술을 꺼리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강조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골든블루는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구 제품’이었다. 부산의 한 업체가 40도 이상인 기존 위스키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36.5도짜리 골든블루를 개발해 팔고 있었다. 자동차 부품업체 대경T&G를 경영하던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69)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골든블루를 처음 맛봤다. 박 회장은 사위인 김 사장에게 이 술을 추천했다. 김 사장은 “독하지 않고 맛이 신선했다. 회장님이 저와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이 술을 주문하곤 했다”고 말했다.

신산업을 찾고 있던 대경T&G는 2011년 이 양주 업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곧바로 인수를 결정했다. 박 회장은 회사 이름도 제품명을 따서 골든블루로 지었다. 부산 울산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입소문이 퍼지며 매출이 껑충 뛰었다. 2010년 104억 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은 지난해 1140억 원으로 커졌다.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도 2012년 2.8%에서 지난해 16.1%로 급증했다.

놀라운 성장세는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위스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 1, 2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위스키 판매가 정점을 찍었던 2008년의 60% 수준으로 위축됐다. 골든블루의 성공은 위스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위스키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위스키협회는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구입해 블렌딩했더라도 도수 40도 미만인 제품은 ‘스카치위스키’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스키 업체들도 40도가 넘는 제품만 고집해 왔다. 하지만 골든블루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반영해 36.5도의 위스키로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골든블루는 ‘○○년산’이란 표시도 없앴다. 2012년부터 골든블루는 원액의 숙성 기간을 표기하지 않은 ‘무연산’ 위스키를 내놓고 있다. 12년산, 17년산이란 명칭을 떼고 사피루스, 더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이고 술병도 보석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연산 표시를 하지 않은 골든블루가 상대적으로 숙성 연도가 짧고 저렴한 원액을 쓴다는 의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터무니없는 비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위스키를 장년, 노년층의 술로 가둬 두고 있기 때문에 연산 표시를 없앤 것”이라며 “연산에 관계없이 더 다양한 원료를 쓸 수 있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골든블루#토종 위스키#위스키#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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