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불황 뚫는 강소기업 공통점은? 긍정과 도전의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조에서 IT, 유통까지 맹활약… “역경도 자산”
작지만 시장 주름잡는 한국 경제 희망의 불씨

“지난해 7월 최신 자동차부품 프레스 금형에 필요한 5축 가공기계를 추가 구입했고, 이달 초엔 500평의 공장 증축을 마무리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2공장과 3공장도 세워 세계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진명정밀 표성문 대표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금형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수주를 늘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진명정밀은 자동차부품 프레스금형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12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기술 인력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그 결과 폭스바겐과 크라이슬러, GM, BMW, 포드, 닛산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1차 벤더로 핵심 금형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내수를 공략했지만 일본과 멕시코 시장을 뚫으면서 수출업체로 변신했다. 생산제품 100%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2011년 1000만 달러 수출을 돌파한 데 이어, 2013년에는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며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불황을 견디며 성공신화 쓰는 강소기업들

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파가 매섭게 들이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수출과 내수 부진에 성장 동력까지 꺼져 가는 절박한 상황이다. 대기업도 힘들다는 마당인지라 중소기업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하지만 진명정밀처럼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생과 사의 현장에서 성공을 사냥하는 강소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한국 경제에 작지만 강한 ‘희망의 불씨’ 같은 존재다.

조선, 건설, 반도체 등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도 강소기업들은 높이 날아오르려는 자세로 희망을 외치고 있다. 강소기업들은 숱한 역경과 실패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긍정’과 ‘도전’이 이들의 공통된 성공 DNA다. 한국 경제의 희망인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동아일보는 자수성가로 기적을 일군 기업가뿐 아니라 작은 볼트 하나로 반세기 가까이 외길을 걷는 기업,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해 60년이 넘게 3대째 면직물 제조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족기업까지 고루 만났다. 이들의 성공 DNA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고를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무수한 실험 끝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한 분야에서 창조적 파괴를 이뤘다는 점이다. 외형은 작지만 시장을 휘어잡는 강소기업들의 공통분모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고객만족 추구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현재 시장이 충족시켜 주지 못할 때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를 만족시키는 것이 강소기업들의 큰 특징이다.

부산에 위치한 ㈜국제식품은 유통구조의 혁신으로 축산물 가격거품을 걷어내 소비자를 만족시켰다. 30여 년 전 정육점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자체 축산가공·유통 라인을 통해 일반 전문점보다 20∼30% 싼 가격에 고기를 팔아 빅히트를 쳤다. 고품질의 육류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킨 것이다. 국제식품은 지난달 충북 진천에 대지 1만여 m², 건평 3300여 m²의 육가공 공장을 준공하고 부산·영남을 넘어 수도권 공략을 선언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가 정신도 강소기업의 경쟁력이다. 개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대구 달성군에 본사를 둔 ㈜모간은 신재생에너지는 물론이고 자동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는 각종 카본 제품과 세라믹 단열재를 전문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국내에 없었던 초고순도 흑연 처리기술 및 유리상 함침·코팅기술을 자체 개발해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며 새 시장을 개척해냈다.

강소기업이 늘 도전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무수한 역경을 경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전력용 반도체 모듈을 국산화한 ㈜디에스파워텍이 그렇다. 이 회사는 지속된 자금압박과 대기업 위주의 왜곡된 시장질서, 국산제품에 대한 불신 등의 3고초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까지 전력용 반도체 파워모듈의 완벽한 자급자족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정관념 뒤집는 창조적 파괴에 도전


작지만 강한 기업은 기존 사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혔을 때 고정관념을 뒤집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피시피아비아이티는 2001년 시스템설계 전문기업으로 창업해 2007년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으로 업종을 전환했고, 2013년 다시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거듭된 변신과 도전을 통해 불황 속에서도 강한 기업 체질을 확보한 것이다.

이 밖에 전북 정읍에서 3대째 면직물 제조 가업을 잇고 있는 금상직물, 특수볼트 생산만으로 45년 외길을 걷고 있는 ㈜대한볼트, 전자·수산업부터 골프장까지 자수성가로 기적을 일궈낸 동국성신㈜, 13년째 카펫과 러그(rug·깔개) 생산만 고집해온 ㈜크린버텍, KMC어업기자재로 5대양을 누비는 ㈜한국마린산업, 석재가공기계를 미국 호주 등에 수출하는 ㈜프라임엔지니어링,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보급과 전력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대은도 위기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고 국익 창출에 기여하는 강소기업들이다.

험난한 무한경쟁에서 가치를 수확하고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 이름은 생소하지만 각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강소기업들의 경영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