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군살 뺀 두산… “저성장 넘자” 자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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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6000억 자산매각 마무리… 과잉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 성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선제적 구조조정과 신사업 발굴 등 \'공격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사업장 방문 당시의 박 회장. 두산그룹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선제적 구조조정과 신사업 발굴 등 \'공격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사업장 방문 당시의 박 회장.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의 과감한 체질 개선이 빛을 보고 있다. ‘선택과 집중’과 ‘몸집 줄이기’가 체질 개선의 키워드다.

재계에서는 호황기에 맞춰져 있던 설비 과잉을 저성장 시대에 맞춰 줄이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일제히 1분기(1∼3월) 흑자 전환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올해 초 최저점을 찍었던 이들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3218억 원으로, 1분기 259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효과가 영업이익 개선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며 “두산그룹에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던 ‘유동성’이란 단어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때 위기설이 나돌았던 두산그룹은 2014년 8월 이후 강도 높은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시장의 평가가 좋은 사업이라도 향후 두산그룹이 집중해서 키울 부문이 아니면 과감하게 팔아치웠다.

2014년 KFC(1000억 원)와 두산동아(250억 원)를 판 데 이어 2015년 건설기계장비회사인 몽타베르(1350억 원)를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를 3046억 원에 매각했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1조1300억 원), 두산DST(6950억 원)도 잇따라 정리했다. 10일에는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를 GE파워에 3000억 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2년여에 걸쳐 사업부와 자산 매각으로 두산은 3조6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올 하반기 두산밥캣 상장으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재 11조 원인 두산그룹 전체 순차입금도 올해 말까지 8조 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200%대 초반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두산의 체질 개선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이 ‘슬림화’ 작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굴착기 부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벨기에 굴착기 생산공장을 2014년 8월 폐쇄했고, 당초 브라질 월드컵과 올림픽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준공했던 브라질 굴착기 공장도 지난해 12월 생산을 중단했다. 1994년에 진출한 중국에서도 건설기계 시장이 위축되자 2013년 쑤저우 공장 생산을 중단했고, 옌타이 공장 생산라인은 축소했다. 과잉 설비와 고비용 구조를 갖춘 생산시설을 정리해 시장 규모에 맞는 ‘체중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저성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산그룹 계열사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나는 쪽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이 나는 구조로 그룹이 재편됐다”며 “저성장 국면에서도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자신감이 내부적으로 생겼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체질 개선이 대부분 이뤄진 만큼 연료전지와 면세점, 철도운영사업 등 수익성이 높은 신성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50여 일이 지난 박정원 회장은 개장을 앞둔 면세점 사업이 조기에 정착하도록 과감한 지원을 강조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격 경영’에 맞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두산#구조조정#자산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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