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한파 초기에 군소공장 과감히 정리… “올 2배 이익 낼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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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 해외 구조조정 현장]<2>中철강社 ‘사강’ 불황속 호황 비결

중국 장쑤 성 장자강 시의 포스코 현지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스테인리스철강)유한공사’ 1, 2공장(오른쪽 건물) 옆에는 중국 최대 민영철강 회사인 사강강철공장이 들어서 있다. 2003년 포스코 2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주변이 천 빈 공터였다. 사강은 급속히 성장해 지금은 포스코 공장 주변이 모두 사강 공장으로 둘러싸였다. 장자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장쑤 성 장자강 시의 포스코 현지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스테인리스철강)유한공사’ 1, 2공장(오른쪽 건물) 옆에는 중국 최대 민영철강 회사인 사강강철공장이 들어서 있다. 2003년 포스코 2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주변이 천 빈 공터였다. 사강은 급속히 성장해 지금은 포스코 공장 주변이 모두 사강 공장으로 둘러싸였다. 장자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9일 오후 중국 장쑤(江蘇) 성 장자강(張家港) 시의 장쑤사강(江蘇沙鋼)강철집단의 철강 공장. 정문을 지나 삼거리에 이르자 ‘세계 철강 강국을 위해 분투하자’는 입간판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입간판 왼쪽에는 돌격 자세의 근로자 형상이 그려져 있었고 ‘건설 백년 사강, 창조 백년 영광’ 등의 구호가 공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1975년 사저우(沙州) 현 정부가 세운 공기업이었던 사강철강은 2004년 완전히 민영화됐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돌격대’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국 철강산업은 석탄산업과 함께 대표적인 과잉 생산 분야로 지목돼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 민영 철강회사 사강은 올해 이익을 2배가량 늘려 잡았다. 당분간 한 명의 근로자 해고 계획도 없다. 1분기(1∼3월)에 사강은 중국 1위 철강기업 상하이바오산(上海寶山)강철집단 등과 함께 그나마 수익을 내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위기 속에서도 사강이 선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 선제적 구조조정과 지독한 ‘실적연동 임금’


사강의 세금 납부 전 영업이익만 들여다보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150억 위안(약 2조7000억 원)이었으나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해에는 73억 위안으로 5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수요 감소와 단가 하락이 원인으로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사강도 피해갈 수 없었다.

철강업 경기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강은 지난해 초 2004년 민영화 이후 최대의 결단을 내린다. ‘실적 부진 공장 꼬리 자르기’다. 장쑤 성 우시(無錫)와 창저우(常州) 등에 있던 약 400만 t 규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규모 공장 몇 곳을 매각하고 직원을 3000명 이상 줄였다. 한 해 생산량이 3000여만 t인 사강이 선제적으로 몸집을 10% 이상 줄인 것이다.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혹독한 ‘실적연동 임금’ 체계가 적용됐다. 사강에선 근로자 개개인의 급여가 매달 달라진다. 전달의 공장별 팀별 개인별 실적을 반영해 새로 산정한다. 월급이 1만 위안(약 180만 원)인 직원의 경우 보통 300∼500위안(약 5만4000∼9만 원)가량 오르내리지만 심하게는 2000위안(약 36만 원)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런 엄격한 급여 관리로 사강 근로자의 1인당 연간 철강 생산량은 약 1200t으로 다른 중국 국영 철강회사들의 300t보다 훨씬 많다.


○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비철강 분야’의 개척


10일 사강강철 본사에서 만난 천샤오둥(陳曉東) 상무부서기는 ‘철강 경기 한파’를 이기려면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부서기는 “사강은 한 해 매출액의 2∼4%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데 그런 회사가 많지 않다”며 “지난해 45개, 2014년 49개 등 매년 50개에 가까운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개발한 건축자재용 ‘나선형 무늬 철근’은 기존 제품보다 바닷물 부식에 대한 내구성이 4배나 강하다고 했다.

천 부서기는 사강이 순수 철강 회사에서 사업 범위를 점차 다각화하는 것도 새로운 활로 개척의 방법이라고 했다. 사강이 새로 설립한 ‘주룽(玖龍)실업’이 그중 하나로 철강제품 거래 전문 인터넷쇼핑몰 회사다. 이미 1000여 개 기업이 입점해 거래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5∼10년 안에 인터넷쇼핑몰과 은행, 증권, 기금, 부동산 등 철강 이외 분야 매출을 전체의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철강업 전문지 중국야금(冶金)보의 천리밍(陳黎明) 장쑤 성 지국장은 “사강이 올해 제철 제강 압연 등 세 가지 주력 제품의 생산량 목표를 전년보다 22∼26% 낮추면서도 그룹 전체 매출을 지난해 1925억 위안에서 올해 2200억 위안으로, 세후 이익을 지난해 18억2500만 위안(1∼11월 기준)에서 40억 위안으로 늘려 잡은 것은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 철강업은 구조조정 혹한기

중국 내 생산량 4위 기업(2015년 기준)인 국영 우한(武漢)강철의 마궈창(馬國强) 회장은 최근 “회사 전체 인원의 절반인 4만∼5만 명이 더 이상 철강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의 동북지역 대표 철강기업 둥베이(東北)특수강집단의 양화(楊華) 회장은 3월 24일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국영기업만이 아니다. 사강에 이어 민영 철강업체 2위로 한 해 600만 t가량의 생산능력을 가진 산시(山西) 성의 ‘하이신(海흠)강철’은 2014년 3월부터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11월에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국무원이 2월 발표한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기간 ‘철강 석탄 산업 과잉 생산능력 해소 및 발전에 관한 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철강은 1억∼1억5000만 t, 석탄은 앞으로 3∼5년간 5억 t의 생산설비를 각각 퇴출시킬 계획이다.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 인웨이민(尹J民) 부장(장관)은 2월 “석탄과 철강 분야에서만 180만 명의 실업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철강 분야가 50만 명가량으로 전체(약 230만 명)의 22%나 된다.

장자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철강#구조조정#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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