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알파고’의 힘… SK이노 깜짝 실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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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8448억… 증권가 예상치 22% 훌쩍

SK이노베이션 울산 중질유분해공장(FCC) 전경.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전반에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에너지업계의 ‘알파고’로 불리는 ‘최적 운영 시스템’이 최근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을 가르는 변수가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1∼3월) 영업이익을 8448억 원 냈다. 증권업계 예상치(6900억 원)를 22.4% 넘는 수치다. 통상 정유·화학업체 실적이 증권업계 예상치의 1∼2% 범위에서 맴도는 것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창사(1962년) 이래 50여 년간 쌓아온 ‘빅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모든 사업 부문에 최적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게 ‘깜짝 실적’의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 기보 수십만 건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최적의 수를 도출하듯이 사업 체계에도 과학적인 의사결정 기법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구축

최적 운영 시스템은 원료 도입부터 제품 생산, 판매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해 알고리즘을 구축한 뒤 가장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산출하는 것이다.

원유는 국가, 지역, 생산광구 등에 따라 색깔이나 점도, 성분 등이 제각각이다. 원유에 따라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경유, 중질유 비율도 다르다. 원유를 배합했을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도 무한대에 가깝다.

SK이노베이션은 300여 종에 이르는 원유 시료의 성상을 분석해 데이터화한 뒤 최적의 배합 비율을 찾아냈다. 그 덕분에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저렴한 원유 구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체 평가를 거쳐 도입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지난해에 도입한 원유 종류는 총 117개 종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최적 운영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석유뿐 아니라 윤활기유 및 화학 등 모든 사업부문에 최적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업무를 진두지휘한 당시 송진화 전무(45)는 올해 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으로 승진했다.


○ 기업 경영 의사결정 전반 고도화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옵티마이제이션(Optimization·최적화)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독립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익구조를 더욱 혁신하기 위해서다. 송 사장이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등 전문분야 석·박사 학위 소지자 20여 명을 포함한 30여 명으로 구성했다.

글로벌 정유·화학업체들도 최적 운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엑손모빌은 원유 데이터를 분자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셰브론은 ‘페트로(Petro)’라는 최적 운영 소프트웨어 모델을 자체 개발해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최적 운영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수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제품 배합비를 도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경영 데이터 관리를 토대로 과학적인 기법을 적용해 정보를 분석 및 예측하며 기업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광표 옵티마이제이션본부 OPI실장(상무)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모든 기업이 반드시 이겨내야 할 숙제”라며 “글로벌 기업 수준의 최적 운영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는 수준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에너지#알파고#최적운영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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