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절벽’ 해소할 규제 혁파로 新산업 성장 물꼬 터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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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어제까지 국내 상장기업이 발표한 설비투자 계획액은 1조854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5.5%에 그쳤다. 지난해는 5000억 원 이상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는 기업이 다섯 곳이었지만 올해는 한 곳도 없다. 3조4000억 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설비 투자 계획을 최근 철회한 OCI처럼 기업 설비투자의 백지화나 축소도 꼬리를 문다. ‘소비절벽’과 ‘고용절벽’에 이어 투자까지 격감하는 ‘투자절벽’의 조짐이 심상찮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것은 글로벌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와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으로 수출이 줄어든 데다 국내 소비도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차입을 통해 투자를 늘렸다가는 자칫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3월 국내 제조업 재고지수는 125.9로 외환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1998년 이후 18년 만에 3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았다. 물건을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고 창고에 재고만 쌓이는 현실이 투자를 가로막는다.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경기 사이클이 바뀌어 세계경제가 호전됐을 때 체력이 약해진 우리 기업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악순환으로 빠질 우려가 높다. 재계는 기존 업종들은 대부분 공급 과잉 상태라서 투자할 곳이 마땅찮다고 호소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 등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서비스산업의 규제 혁파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기업이 신(新)산업에서 활발하게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하루속히 물꼬를 터줘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내놓을 보고서에서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제시한 3.0%에서 2%대 중반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만 손해를 봤다며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혼돈이 갈수록 커지는 엄중한 현실에서 경제주체들이 위기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의 타이밍을 놓치면 한국 경제가 급전직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정부와 기업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설비투자#한국개발연구원#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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