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바이오연료 탐내는 中자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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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북극 비즈니스 포럼’ 가보니

“지금 전 세계는 석유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건설하는 공장은 나무의 잔가지 등 목재 부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합니다. 이런 형태의 공장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지요.”

지난달 초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제7회 북극 비즈니스 포럼’. 이곳에서 만난 페카 코포넨 ‘카이디 핀란드’ 최고경영자(CEO)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국의 바이오매스 공장 건설 및 운영 회사인 카이디는 이 포럼에서 핀란드 북부 케미 지역에 10억 유로(약 1조1400억 원) 규모의 바이오연료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포넨 CEO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Paris Agreement)’과 저유가로 인해 북극 개발의 중요한 흐름이 유전 개발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며 “특히 핀란드는 나무라는 막대한 바이오매스 자원을 갖고 있어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반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투자처”라고 덧붙였다. 2019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인 이 공장은 매년 20만 t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중 75%는 바이오디젤로 생산하고 나머지는 바이오가솔린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포럼에는 주(駐)핀란드 중국대사관의 참사관도 참석했다. 자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발맞춰 중국 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었다. 장빈 참사관은 “중국은 북극에서 ‘존중(respect)’ ‘협력(cooperation)’ ‘윈윈(win-win)’을 하겠다”며 중국의 ‘투자 원칙’을 설명했다. 한동안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열을 올렸던 중국은 거대한 에너지 소비량을 감당하고 극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투자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연료 등 ‘클린 테크(clean tech)’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유럽연합(EU)의 2.5배에 달한다.

핀란드 정부도 중국 기업의 투자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자국의 일자리와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핀란드는 이들 외국 기업이 생산하는 바이오에너지의 사용량을 높여 환경오염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모든 수송연료의 10%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핀란드는 이를 10년 뒤인 2030년에는 4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각국이 이처럼 바이오에너지 등을 이용해 신성장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한국의 발걸음은 유난히 더딘 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해 최대한 생산해낼 수 있는 전력량은 1만2708MW로 중국(51만9748MW)의 2.45%에 불과했다. 일본(9만89MW) 인도(8만2117MW)는 물론이고 개도국인 베트남(1만6882MW)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관련 국책연구원의 한 실장급 연구위원은 “앞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한국은 항상 눈앞의 연구 성과에만 급급해 중장기적인 기술 투자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블루오션으로 삼고 있는 북극에 대한 투자도 턱없이 미흡하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북극연구사업단장은 “한국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북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뒤떨어지는 편”이라며 “북극 개발 붐이 일어나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새로운 개발 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자원 개발 및 ‘녹색 성장’을 강조했던 전임 정부의 정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거 축소, 폐지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게 됐다는 뜻이다.

로바니에미=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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