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찾은 ‘딸기 삼촌’… 체험을 파니 아이들이 몰려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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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6차산업]

지난달 20일 오후 충남 논산시 노성면의 ‘딸기 삼촌 농장’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 먹고 있다. 이 농장은 
딸기잼, 딸기 인절미 만들기 등 다양한 시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논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20일 오후 충남 논산시 노성면의 ‘딸기 삼촌 농장’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 먹고 있다. 이 농장은 딸기잼, 딸기 인절미 만들기 등 다양한 시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논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20일 오후 충남 논산시 노성면의 한 농장에 유치원생들이 몰려들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온 이 아이들은 꿀벌이 꿀을 찾듯 곧바로 달달한 향이 새어 나오는 딸기 비닐하우스를 습격했다. 김하율 군(5)은 “딸기나무에 딸기가 엄청 많아서 좋아요”라며 연신 딸기를 따 먹었다. 김 군의 입 주변에는 빨간 딸기 물이 들어 있었다.

2월부터 6월까지 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이 ‘딸기 삼촌 농장’에는 15년 동안 2만 명이 다녀갔다. 농장을 운영하는 서교선 씨(42)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사람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입은 형광색 조끼의 가슴 부분에는 ‘딸기 삼촌’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말마다 ‘요’자를 붙이는 것이 유치원 선생님 같았다.
○ 고립된 농촌에는 미래가 없다

이 농장에서는 다양한 시골 체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1교시는 딸기 체험. 16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딸기를 따 볼 수 있다. 2교시에는 수확한 딸기로 잼이나 인절미 떡을 만든다. 3교시에는 휴경 논에서 축구나 족구 등을 즐길 수 있다. 서 씨는 “아스팔트만 밟다 직접 땅을 밟으면 다들 좋아한다. 이곳에 왔다가 귀농을 고려하는 분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농촌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험학습으로 1년에 2억∼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서 씨는 “고립된 농촌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제품을 특별하게 만들든, 사람이 알아서 찾아오게 하든 둘 중에 하나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씨처럼 농장을 이용해 체험학습장, 휴양마을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 873개 농촌체험 휴양마을과 573개 교육농장이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사만 짓는 것보다 체험학습을 함께 하면 부가가치가 커지니까 많이들 하려고 한다”며 “사람들이 농촌을 찾으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와우목장의 위준민 대표(40)는 10년 전 도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목장으로 내려왔다. 위 대표는 “아버지와 목장을 함께 경영하던 형에게 부담이 될까봐 처음에는 합류를 망설였다. 하지만 형이 체험학습장을 열고, 유제품도 만들어 보자고 제의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와우목장에는 1년에 2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 왔던 사람이 다시 찾을 정도로 체험 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것이 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농업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며 “특색이 있어야 하고 정보기술(IT), 반도체처럼 계속 발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마을 전체가 체험학습장으로 변신

강원 정선군 남면의 개미들마을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마을 전체를 체험학습장으로 변신시켰다. 작년 여름 개미들마을에서 송어를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학생들. 동아일보DB
강원 정선군 남면의 개미들마을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마을 전체를 체험학습장으로 변신시켰다. 작년 여름 개미들마을에서 송어를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학생들. 동아일보DB
마을 전체가 똘똘 뭉쳐 체험학습장으로 변신해서 성공한 곳도 있다. 강원 정선군 남면의 개미들마을은 15년 전만 해도 마을 회관 하나 없는 삭막한 곳이었다. 당시 이곳에 살던 24가구의 주민은 대부분 환갑이 넘은 고령자들이었다. 최법순 개미들마을 운영위원장은 “그때만 해도 주민이 공동 관리하는 통장에 달랑 27만 원이 들어 있었다. 땅 1평을 놓고 서로 소송을 벌일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회상했다.

2002년에 변화의 계기가 생겼다. 강원도가 공모한 ‘새 농어촌 건설운동’ 대상 마을로 지정된 것이다. 개미들마을이라는 이름도 이때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었다. 마을은 도에서 받은 1억 원으로 어엿한 마을 회관부터 지었다. 그리고 마을을 가꿔 각종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든 뒤 2005년부터 관광객을 유치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우리 지역은 농지가 턱없이 부족한 반면 경관이 훌륭하다. 이 경관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개미들마을은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군 남면에 있다. 두보의 시가 떠오를 만큼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동강의 지류인 동남천이 서로 엉켰다 멀어졌다 하면서 마을을 감싸 흐른다. 이곳에서는 송어 잡기와 인절미 만들기를 비롯해 계절에 맞는 30여 종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6월에는 파종 체험을, 7월부터는 각종 열매와 채소를 수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옆 동굴에선 박쥐를 보고 소나무 숲 사이에서는 자전거를 탄다. 최 운영위원장은 “도시에 없는 농촌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 마을은 이를 실천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논산=김성모 기자 mo@donga.com
#딸기농장#시골체험#농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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