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폴크스바겐도 車등급평가 신청… 보험료 낮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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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볼보에 이어… 수입차 보험료 인하 확산

높은 수리비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온 수입차 업계가 자발적으로 자기 회사 차량의 등급평가를 보험 당국에 의뢰하고 나섰다. 차량 등급평가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차량 손상 정도, 부품 가격, 수리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는 제도로, 국산차가 아닌 외제차 업계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대부분 이를 회피해왔다. 앞으로 외제차가 등급평가를 받으면 이들 차량 운전자의 보험료 및 보험금이 낮아지게 되고, 국산차 운전자들도 연쇄적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온 수입차 업계에서도 차량 등급평가를 통해 보험료 인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DB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온 수입차 업계에서도 차량 등급평가를 통해 보험료 인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DB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럽차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보험개발원에 최근 출시한 중형 세단 ‘신형 파사트’의 차량 등급평가를 신청하고 얼마 전 결과를 통지받았다. 폴크스바겐의 등급평가 신청은 외제차 가운데 세 번째다. 지난해 한국GM의 ‘임팔라’와 올해 들어 볼보의 ‘올뉴XC90’가 각각 평가를 받았다. 폴크스바겐 측은 “국내 폴크스바겐 차량 고객의 보험료 혜택을 확대하고자 등급평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이런 움직임에는 지난해 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독일 본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외제차 업계는 보험개발원의 등급평가를 대체로 외면해왔다. 차량 등급평가를 굳이 받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차가 잘 팔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외제차들은 반드시 등급평가를 받는 국산차와 달리, 관행적으로 과거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중) 실적을 바탕으로 등급을 받아 왔다. 이 경우 수리비가 비싼 외제차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도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지만 외제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보험료 수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고가(高價) 수리비 논란 등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외제차 업체들이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등급평가를 통해 보험료가 낮아지면 판매가 더 잘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제차 업계가 스스로 보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소비자 혜택도 늘릴 뿐만 아니라 업계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른 수입차에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제차의 차량 등급평가가 일반화하면 향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료 등에 연쇄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 우선 외제차 업계가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수리비와 부품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는 외제차의 보험금과 보험료 인하로 이어진다. 이번에 평가를 완료한 신형 파사트도 등급(전체 1∼26등급)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올라 보험료가 20% 내려가는 효과가 생겼다. 외제차 가운데 처음 차량 등급평가를 받은 임팔라의 경우도 보험료가 한 해 최대 76만 원가량 낮아졌다.

또 외제차의 보험금 지급 액수가 줄어들면 보험사의 전체적인 손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가 내려가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투명했던 외제차의 사고 수리 관행도 상당 부분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외제차는 수리비, 렌트비 등이 너무 비싸 일반 국산차 운전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차량 수리비용은 국산차가 평균 95만 원이었지만 외제차는 3배 수준인 274만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이들 차량의 수리비 관행을 대폭 개선해 수입차와 일부 대형 국산차의 자차(自車) 보험료를 최대 15% 인상시키는 내용의 제도 개선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박은서 기자
#폴크스바겐#자동차#차등급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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