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펀드 기지개 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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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DLS 발행 두달새 3배로… 4월 둘째주 ELS, 87%가 원금비보장
증시 박스권에 고위험상품 인기… 전문가 “변동성 커… 꼼꼼 따져야”

지난해 원유펀드에 투자했다가 10%가 넘는 손실을 봤던 직장인 구모 씨(33)는 최근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했다. 주변에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로 수익을 봤다”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원자재 투자에 나선 것이다. 구 씨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름세를 타고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자 고(高)위험 투자 상품에 다시 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박스권에 묶인 국내 증시 대신 하락폭이 컸던 원유와 같은 실물자산, 중국 증시 투자 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원유 DLS 공모 발행은 1월 80건에서 지난달 235건으로 늘었다. 2월 배럴당 26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3월 들어 40달러 선을 넘보자 유가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 상품 발행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한 달간 국내에 상장된 ‘Kstarar미국원유생산ETF’의 수익률도 19.5%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 반등과 세계 금융시장 안정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감소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다소 위험하더라도 수익을 높게 낼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12일 1,835.28로 올해 최저점을 찍고 반등한 코스피는 한 달째 1,950∼2,000 선에서 맴돌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때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됐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원금비보장형’ 상품을 중심으로 발행이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1∼3월)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액은 전분기에 비해 28.3% 늘어난 7조286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원금보장형은 63.2% 줄어든 2조5675억 원어치가 팔렸다. 4월 첫 주(4∼8일)에 발행된 ELS의 87%가 원금비보장형으로 집계됐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원금보장보다는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전문가들은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최초 가입 시점에서 기초 자산가격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3월 만기인 증권사의 원유 DLS 상품의 평균 손실률은 63% 정도다. 오준형 현대증권 신탁부 팀장은 “10% 안팎의 기대수익률을 위해 어느 정도 원금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고위험 상품 가입 여부와 투자 규모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고위험펀드#증시#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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