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기술 빼가면 ‘피해액 3배’ 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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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술보호 종합대책’ 확정

대기업 A사는 2013년 3∼10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한 배터리 라벨 제조 하청업체에 기술자료를 23차례나 요구해 받아냈다. 품질 관리를 한다는 이유였다. A사는 그해 12월 해당 하청업체와 거래를 중단한 뒤 빼돌린 기술로 중국법인에서 직접 배터리 라벨을 제작하다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하지만 A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5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중 기술자료 요구·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1600만 원이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중소기업 기술 유출에 대한 법 집행이 엄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벌금액도 기존의 10배로 늘어난다. 또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전담 수사팀이 설치되고,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된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기술 보호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황 총리는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지식재산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의 밑바탕”이라며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면 기술 혁신 동기가 약화돼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이 낙제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기술보호 역량은 2010년 45.7점, 2012년 34.9점, 2014년 45.6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악의적으로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올해 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영업비밀 유출에 따른 벌금액도 기존의 10배로 높였다. 국내 유출은 최대 5억 원, 해외로 유출되면 최대 10억 원이다. 기술유출 사건 관할을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에서 단기간에 처리하도록 ‘집중심리제’와 ‘처리기한 법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술유출 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17개 전국 지방경찰청에 ‘산업기술유출전담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부당한 기술유용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현장 직권조사를 실시한다.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로봇,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과 철강, 조선 등의 구조조정 주력산업 분야를 국가핵심기술로 신규로 지정하고, 해외 인수합병(M&A) 신고 대상 기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현지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비해 중국, 미국 등 6개국 11곳에 설치한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를 확대하는 등 해외 진출 중소기업에 대한 교육과 법률자문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황 총리는 “다중 안전장치를 통해 중소기업이 안심하며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고,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기술거래가 정착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중소기업#기술보호#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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